[글로벌 코리안] "한국 알리기에 젊음 바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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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 시절 음악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홍콩에서 내로라하는 '한국학 전도사'다.

시티대학 한국학 과정의 한지연(사진)교수. 홍콩에서 유일하게 한국학 과정을 개설한 시티(城市)대학에서 그의 인기는 상한가다. 한국 기업의 진출과 한류 붐까지 더해 한국학 수강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한인 사회에선 "한 교수와 대학 측이 한.홍콩 간 교류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시티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 한국학 과정은 2003년 가을 개설된 데 이어 2008년 정식 학과로 승인될 예정이다. 현재 부전공 과정에서 20여 명이, 교양 과정에서 200여 명이 수강 중이다.

불과 2년 만에 홍콩에서 한국학이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의 정에 반해 수강 신청을 했다는 학생들이 가장 많고요. '대장금' 방영 이후 최고조에 오른 한류 열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 교수의 교수법은 매우 실용적이다. 예컨대 매주 수.금요일에는 화상(畵像)으로 이상억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서울 강의를 직접 듣도록 한다. 지난달에는 '아리코리아'를 초청해 사물놀이 공연을 관람케 했다. 고전무용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부채춤도 배우도록 권한다.

한국 기업들의 홍콩 진출과 그곳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의 욕구도 맞아떨어졌다. 대학 측은 졸업생의 취업을 돕기 위해 삼성.LG.대한항공 등 대기업 5곳에 의뢰해 한국학 과정 이수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십 과정을 도입했다.

한국학 과정을 듣는 여대생들은 특히 한국인의 결혼.가정생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한국 대학생들의 데이트 방식과 결혼관 등을 자주 묻는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한 교수는 한국 남성들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답해주곤 한다.

그는 "한국어 학과로 발전하려면 보다 체계적인 교과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적지않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원 확보가 만만치 않아 한국 기업과 독지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원래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음대(피아노 전공)를 나왔다. 대학 졸업 후 캐나다 어학연수를 갔던 게 운명을 바꾸었다. 그곳에서 영어교수법을 공부했고, 홍콩인 남성을 만나 결혼했다. 1998년 홍콩으로 이주해 생활하다가 현지 신문에 난 한국학 과정 개설 소식을 듣고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학을 홍콩에 뿌리내리는 데 저의 젊음을 바칠 생각입니다. 그게 한국.홍콩이 함께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길이 아니겠어요."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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