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썰렁한 열린우리당의 두 돌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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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창당 5개월 만에 실시된 총선에서 과반수 국회의석을 얻으면서 기세를 올렸던 열린우리당이 왜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변했을까. 민심을 읽고 이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국민의 실망도 한 원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당이 제 몫을 하지 못한 책임도 적지 않다. 여당은 정권과 국민의 중재자.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청와대나 정부와도 수시로 마찰을 일으켰다. 총선 직후 김혁규 의원의 총리 내정 과정에서부터 대연정 논란에 이르는 각종 정치 사안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경제와 부동산 정책 등에서도 당정 간 파열음이 수시로 발생했다. 그 결과 국민은 현 정권과 여당에 '총체적 무능'이란 딱지를 붙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여당이 제 목소리를 낸 것도 아니다. 불만을 내뱉다가도 노 대통령의 한마디에 조용히 주장을 접곤 했다. 정체성도 찾기 힘들었다. '개혁과 실용'의 쌍두마차론은 겉보기만 그럴 듯했을 뿐 죽도 밥도 아니었다. '개혁'으로 포장된 어정쩡한 진보주의자들이 실용주의자의 발목을 끊임없이 붙잡았다. '난닝구'니 '백바지'니 하면서 저속하게 비웃고, 상대방을 향해 "당을 나가라"고 욕했다. 국민은 힘겨워 죽을 지경인데 정권과 여당은 이를 외면하니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창당 2주년 기념사나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도 반성하겠다는 말뿐 분명한 문제의식과 방향이 제시되지 못했다. 이러다간 과거 '대통령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