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문화 cafe] 붓으로 프랑스를 조롱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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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망제 전

2006년 1월 5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02-2188-6063

파리가 불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를 발동했다. 분노한 무슬림 청년들의 행동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주 가까이 이어진 차량 방화와 소요를 견디다 못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교외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다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평등과 박애의 나라 프랑스의 두 얼굴을 보는 우리 마음은 착잡하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화가 제라르 프로망제(66)는 이런 자기 나라의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미술로 발언한 '신구상주의'의 대표 작가다. 작업실에 들어앉아 고상하고 예쁜 그림만 그리기보다 세상에 뛰어들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신구상주의'의 정신은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에도 영향을 끼쳤다.

프로망제는 82년 서울 구기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프랑스 신구상회화전'에 참가했다. 5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에서 막을 올린 자신의 개인전으로 그는 23년 만에 다시 한국과 만났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 미술이 창조성과 독창성, 무엇보다 시대 주류에 저항하는 정신에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6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68점이 나온 프로망제의 작품은 세계의 모든 개인, 모든 민족의 자유를 존중하는 뜻을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표현한다. 71년 작 '살롱 드 테'(큰 사진)에서 붉은 실루엣으로 처리한 행인들 모습은 자신이 살고 있는 권위적인 시대와의 단절을 상징한다. 살아 있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주홍색으로 비유한 2003년 작 '서로 몸을 맞대고…오렌지'(작은 사진)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반전(反戰) 연작 가운데 한 점이다.

프로망제는 기성 세대와 집권 여당의 권위에 반대해 일어난 프랑스의 68년 5월 혁명 주역이었다. 20대 청년에서 60대 장년으로 나이는 먹었지만 그는 여전히 냉철한 좌파 작가다. 사물을 뒤집어보고 사회 변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은 지금 표현 자유를 어느 정도 쟁취했는가" 궁금해 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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