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월남장 받은 작곡가 박태준 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쉬지 않고 일하면 젊어지지요. 꾸준히 사색하고, 작곡하고, 지휘봉을 들면 몸도 마음도 항상 젊어집니다.』
제7회 월남장을 받은 원로음악가 박태준박사(83·전연세대음대학장·서울화곡동1054의7). 『지나온 한평생이 너무 바빠서 늙으려야 늙을 짬이 없었던 것 같다』 며 활짝 웃는다.
월남장이란 일제의 암흑기에 지칠줄 모르는 정력으로 민족운동에 헌신해 오다가 78세를 일기로 숨진 「백애청년」이상재선생처럼 격높은 기품과 정열로 노후를 보내는 사회각계의 원로들에게 주어지는 상. 박옹은 『오빠생각』 『봄의 교향악』 등 1백50여편의 주옥같은 동요와 가곡을 작곡했고 지금도 합창단을 지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오빠생각」「봄의 교향악」등은 모두 3·1운동 직후에 곡을 붙였어요. 3·1운동의 실패로 패배의식에 빠져 좌절하는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우리 노래를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암울했던 1920년대의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을 회상하는 노음악가의 눈동자엔 항일의 패기와 정열이 되살아난다.
8순 넘어서도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정열에서 비롯되는 듯.
성가작곡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옹은 오는 29일엔 극동방송국주최 성가합창제에서 할렐루야를, 11월 10일엔 유관순기념관에서 오라토리오 합창단을 각각 지휘할 것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