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쳐 182만 병력 … 통일 뒤엔 57만이 적정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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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된 뒤 적정한 군사력 규모는 57만 명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방부가 통일 준비 차원에서 통일 이후의 적정 군사력 규모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학계의 군사전문가에게 연구를 의뢰한 결과다.

 9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 정책기획관실(장경석 육군소장)은 ‘한반도 군비통제’ 최근호에서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의 논문(‘통일 한국군의 적정 군사력에 관한 연구’)을 실었다. 예비역 육군 대령(육사 34기) 출신인 박 원장은 논문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20’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현재 63만 명인 병력이 2022년에는 52만 명으로 줄어든다”며 “통일 이후엔 북한 내부를 방어하는 데 5만 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여 통일한국의 적정 군사력 규모는 57만 명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주변국들이 동의해 통일이 되면 국경을 맞댈 중국과의 관계가 좋을 것이므로 국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으며, 통일 이후 국방예산과 군 효율성을 감안해 북한군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국방개혁이 이뤄진 이후의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의 계산대로라면 남한(63만 명)과 북한(119만 명)을 합쳐 182만 명인 현재의 남북한 병력이 3분의 1도 안 되는 57만 명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독일의 경우 병력 규모가 통일 전 71만5000명(서독 49만5000명, 동독 22만 명)에서 통일 이후엔 37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통일 한국의 적정 군사력 규모가 57만 명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은 다양하게 반응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책임연구원은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만 명이나 되는 북한 특수전 병력이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중국이 안정화를 이유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 63만 명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능성은 작지만 통일 이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가 잘 제거되고 무장봉기가 없다면 박 원장이 제시한 57만 명보다 병력이 약간 적어도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중국이 한·미동맹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통일한국이 중국과 전쟁할 가능성은 작다”며 “40만 명 이하의 병력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대표는 “군이 해 온 해안 경계는 통일 이후 전투경찰로 넘겨야 한다”며 “미국처럼 현역은 줄이고 예비전력은 강화하되 육군은 기계화 위주로 가고, 해군과 공군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규덕(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일 이후 병력이 과도하면 주변국이 우려할 수도 있기 때문에 57만 명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고 말했다. 문상균(육군 준장) 국방부 국방정책실 군비통제 차장은 “박 원장의 논문을 계기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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