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된 KAL기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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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간항공사상 최대참사를 빚은 KAL007편 점보기는 어떻게 항로를 이탈했을까.
인간공학이 창조해낸 최고의 걸작품으로 뽑히는 점보여객기는 2중3중의 항법장치와 전자안전시설, 우주개발에서 얻은 최신의 통신장치를 장비한 「완벽한 비행기」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항로이탈은 한층 미스터리라는 것이 모든 항공인과 전문가들의 견해다.

<10만분의1확률>
전문가들은 747점보기가 항로를 이탈하는 경우는 10만분의1의 확률이라고 말하고있다.
그 이유는 점보기에 설치된 INS(관성항법장치)가 비행코스·고도·속도·연료상태·비행중의 장애일기등 모든 정보를 기억하여 목적지까지 자동조종으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신여객기는 이 INS에 의해 자동조종되고 있으며 10만분의1 확률의 항로이탈은 바로 이 INS가 잘못 작동될 경우다.
이번 피격기에는 3대의 INS가 있다. 이 3대가 모두 고장이었다면 운항자체가 취소되었을 것이다.
INS가 수백마일 정도의 편차를 일으킬 때는 계기스스로가 경보를 울려주어 조종사가 즉시 좌표수정을 할수있다.

<로미오20항로>
이번 피격기의 비행 코스는 「로미오20」항로. 앵커리지와 서울간 최단거리지만 소련영공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 1백20마일, 좁은데는 40마일이다.
이 항로는 소련영공을 가깝게 끼고있어 KAL기 조종사들에겐 「요주의 항로」로 되어있다.
따라서 소련영공에 근접하는 「니바」(NEEVA) 보고지점부터는 기내의 지상식별 레이다를 틀어 해상의 섬을 살피며 비행, 항로이탈에 2중신경을 쓰고있다는 것.

<적난운 회피>
항로이탈의 또 다른 가능성은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적란운을 피하기 위해 선회했을 경우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흔적은 없을 뿐더러 14분 뒤 같은 코스로 뒤따르던 KAL015편이 적란운 회피 사실이 없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본의 항공평론가 「야나기다·구니오」씨도 INS대한 데이터입력 미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INS입력정보는 기장·부기장·기관사등 3명이 합동점검을 하여 기장이 최종확인후 입석하고 각 의무보고 좌표에서 빗나간 항로를 수정하게 돼 있어 엉뚱한 항로이탈은 좀처럼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적요인>
피격기의 승무원들은 뉴욕출발점에서 탑승한 것이 아니고 중간기착지인 앵커리지에서 교대한 팀이다.
더우기 IPU·ASTA총회를 앞두고 KAL조종사들 중 이곳 「로미오20」루트를 비행하는 사람들에겐 최대의 보안교육을 시켰기 때문에 조종근무에 태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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