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기] 장애友와 수업…편견 훌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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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이 무슨 내용인지 이야기할 사람?"

"더요(저요)." "저요."

16일 오전 11시 서울 상도동 삼성소리샘복지관 3층 바다반 교실. 9명의 어린이 중 3명이 손을 번쩍 든다. 지목을 받은 김성현(4)군이 칠판 앞으로 나가 손짓을 곁들여 열심히 설명한다.

"빠나나…그임…그이고…이떠(바나나 그림 그리고 있어)."

청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삼성소리샘복지관은 서울 사당동 문화어린이집과 지난달 25일부터 매주 금요일에 두시간씩 통합수업을 하고 있다.

이날은 그 네번째 시간. 복지관의 청각장애아 네명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일반아동 다섯명이 함께 수업 중이다. 귀에 꽂은 보청기와 어눌한 발음만 아니면 누가 장애아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교사도 이들을 일반 어린이와 똑같이 대한다. 복지관의 유명숙(36)교사는 "장애아들이 통합수업 이후 발표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친구들에 질세라 더욱 적극적으로 손을 든다는 것이다.

이날 어린이집 아이들 몇몇이 집에서 키우는 달팽이를 가져왔다. 복지관 아이들이 "다바기(달팽이)다"며 모여들자 어린이집 노현영(5)양은 "우리는 전에 봤으니까 얘들이 가까이서 보게 해주자"며 비켜선다.

간식시간. 어린이집 아이가 "우유팩이 잘 안 열린다"고 하자 복지관의 유영진(4)군이 "이여게(이렇게)…"하며 도와준다.

어린이집 임금옥(24)교사는 "처음에는 장애아들이 아무 것도 못하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얘들도 할 줄 아네'하며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현(5)군은 "잘 듣지 못해도 문제없다. 얘들과 함께 노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자 옆에 있던 복지관 어린이들도 "재미떠, 재미떠"하며 손을 잡고 흔든다.

수업을 참관한 성현군 어머니 김지숙(30)씨는 "아이가 보통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노는 법도 배우고 자신감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관 유현정(53)실장은 "모두가 더불어 산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것이 통합교육의 목표"라며 "가을부터 주 2회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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