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스타벅스 로고에도 요정이 숨어 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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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물의 요정을 찾아서
윤현자 외 지음, 이화여대 출판부, 372쪽, 2만원

유명한 커피체인점 스타벅스의 로고(사진)를 보자. 긴 머리에 왕관을 쓴 여인이 양손으로 자신의 물고기 꼬리를 잡고 있다. 이는 흔히 세이렌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멜루지네'의 모습이다. 미인의 상체에 용의 꼬리를 가진 멜루지네는 유럽 명문가의 시모(始母)로 꼽히는 물의 요정이다.

요정 하면 신화나 환상적인 동화를 떠올리지만 알게 모르게 이만큼 우리 가까이 있다. 신도, 인간도 아니면서 온갖 술법을 부리는 이 존재는 그리스 신화 이래 서양 문화, 그리고 개화기 이후 우리네 문화에서 주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화여대 기호학연구소가 기획한 이 책은, 요정 중에서 특히 물과 관련된 7명이 시대와 작가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살핀 것이다. 당연히 세이렌.로렐라이.운디네 등 귀에 익은 이름도 있지만 멜루지네.라우.세르펜티나.라우텐델라인처럼 낯선 이름도 등장한다. 따라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다섯 명의 독문학자가 문학작품은 물론 영화.오페라 등 다양한 텍스트를 분석하고 요정의 '고향'을 찾는 발품을 들여 각 장에 현장 답사기를 덧붙였다. 작가들 글처럼 유려하진 않지만 생생하다. 그 덕에 학술서이면서 작품 이해와 감상을 도울 풍성한 문학 상차림으로 읽힌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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