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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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융가의 임원인사는 언제나 경제계의 이목을 모아온봐 이벤트였지만 이번 8월로·다가온 임원개편은 특별한 판심을 끌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개편 대상과 폭이 넓다는 사실보다도 은행민영화이후 최초로 맞게된 대폭인사이기 때문이다.
은행장 4명을 포함하여 전임원의 3분의1이 대상인 이번 인사는 정부가 표명해온 금융자율화의 진의와 자세를 가늠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이다.
순리대로라면 민영화된 은행의 임원인사는 의당 은행의 자율결정에 맡겨지는것이 자연스러우며 긴눈으로 보아도 그것이 금융산업의 발전에 불가결한 바탕이 된다. .
정부도 4개은행의 민영화를 끝낸뒤 금융의 민영화·자율화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임을 거듭 밝힌바 있다. 실제로 지난2월의 부분적인 시은임원개편때는 은행의 의사를 충분히 받아들여 적어도 은행인사에 관한한 자율화의 큰 진전을 이룩해 놓았다.
이런 정부의 자세는 각계에서 높이 평가되었고 그것이 단순한 임원선임의 자율화에 머물기 보다는 더 나아가 은행자율 경영의 한 시발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뒤 반년에 걸친 경험은 솔직이 말해 매우 실망적이었다.
임원선임의 자율화는 은행경영의 자율화로 연계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은행의 자율책임 경영을 저해하는 각종 제약요인들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채 은행경영은 오히려 민영화 이전보다 후퇴했다. 금융시장의 여건도 자율화의 필수전제인 적절한 시장조건의 형성이 외면당한채 여전히 강력한 정부의 시장통제하에 놓여있다.
그에 더하여 은행자율화에 결정적 중요성을 지니는 금융감독기능의 개편을 둘러싸고 정부는 오히려 전보다 더 직접적인 통제수단을 확보하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자세는 정부가 내세우는 금융자율화의 진의와 한계를 짐작하기 어렵게만들뿐 아니라 5차계획에서 추구하려는 경제의 자율화·통솔화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인사에서 종전의 자율선임방침을 철회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그 표면에는 민영화에 따른 대주주의 전황을 규제한다거나 여신관리를 강화해야할 필요성등이 명분으로 제시되어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최근총수요관리가 강화되면서 일부 은행의 방관한 여신관리가 문제되어온 점을 고려할때 일면 타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런것들은 은행경영에 대한 정부개입의 재강화를 전적으로 정당화시키기에 적절하지 않다고본다. 특히 최근의 방만한 은행여신은 그뿌리를 찾아 올라갈때 지난해의 6·25금리인하와 7·3조치, 그에 뒤따른 대폭적인 통화공급 확대에 근원이 있는만큼 일시적인 여신관리의 차질이나 은행경영의 악화를 이유로 정부개입을 합리화한다면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정부시책과 방향의 신뢰성을 잃지않는 일이며 은행경영에의 정부개입 강화가 모든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더우기 지금의 금융산업은 정상적인 시장구조에서 벗어나 있음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비현실적이며 현실자금시장의 여건을 도외시한 무리한 시장조건과 자금유통에의 과도한 개입이 최근의 자금시장 왜곡과 금융산업의 전체를 초래하는 장본인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은행자율화는 인사자율화뿐 아니라 이런 기초조건의 정상화와 함께 뒷받침돼야 실효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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