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어떻게 소화될까|여야, 임시국회대책 마련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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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진 정치현안을 임시국회에서 어떻게 소화하느냐를 두고 여야는 부심하고 있다.
7일의 총무회담에서 여야는 6월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는 원칙을 새삼스레 확인하면서도 소집일자·회기등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일자나 회기에 관한 이견이 첨예해서라기 보다는 다루기로 작정한 정치현안을 어떤 수준에서 얼마나 모양 있게 다룰 것인가 하는 대책과 방법론에 대해·각당이 아직껏 자신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뜻 합의를 못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소집원칙 확인거듭>
회기나 일정등에 관한 표면상의 여야 이견은 민정당이 임시국회에서는 법안심의만 하고 대정부질문을 생략하자고 고집했던 당초의 자세를 바꾸어 비록 관례보다 짧기는 하지만 대정부질문을 받아 들이고 민한·국민당은 회기에서 민정당의 주장을 받아 들이는 것으로 사실상 해소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국회소집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여야의 대립은 상반된 주장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국회소집의 타이밍을 잡기 위한 것이고 타결을 미룬 것은 여야가 어느 정도 협조·조정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뭏든 정치현안은 이제 이번 임시국회의 핵심의제로 부각 되었으며 각 정당은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 원내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민정당은 이번 국회를 통해 한 때 그들이 과소평가했던 정치현안의 실정을 뒤늦게나마 국민앞에 설명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민정당은 사전에 당내의 컨센서스를 구하는 작업부터 벌여왔다. 당직자→소속의원→당에 이르는 전달방식으로 민정당은 장외정치가 구태이며 제5공화국의 진행방향에 장애요인이 될 뿐 아니라 뻗어나는 국운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정당은 국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어느 단계에 이르면 장외정치를 더 이상 묵과히지 않겠다는 의지도 덧붙이고 있다.
이런 기조는 정부의 국회 답변을 통해 어느정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정당은 장외정치의 파장이 제도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과거보다는 한차원 높은 대야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불씨 남을까 우려도>
지금까지 지켜온 평상체제하의 정국안정을 유지하되 민한당이 궁지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어려운 선을 찾아야 한다.
국회가 정치공세를 축소하면서 원외정치를 수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며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자제를 기대하다보면 자칫 두 가지 목적을 다 훼손받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민정당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이종찬민정당총무는 이런 처지와 입장을 『국회가 열리면 완전연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소집날짜와 의제를 잡기가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불완전연소로 불씨와 연기가 남을 경우도 우려되고 완전연소의 시도가 자칫 인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된다는 것이다.
여당의 짐이 무겁다해서 상대적으로 야당의 어깨가 홀가분해질 수 없는 것이 임시국회를 둘러싼 이번정국의 특이 현상이다.
정부·여당의 높은 방벽과 재야의 움직임을 원내 대책에 무리 없이 연결시키는 작업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사정을 민한당은「사면초가」에 비유하고 있다.
특히 민한당지도부로서는 정돈되지 않은 당력을 이끌고 문제해결을 기피하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현실참여의 논리를 당당히 펴야할 입장이다.
이미 지자제·국회법등 이른바 정치의안을 한가한 얘기로 돌릴 만큼 국면이 바뀌어 버렸고 대신 과거 표면적(?)으로 주장해온 「민주화」가 당면문제로 성큼 다가섰다.
따라서 민한당은 이번 국회를 통해 원외가 주장하는·현실부정적 논리를 기왕에 부르짖어온 민주화의 논리로 수용하는 것으로 원내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리에 무게를 넣기 위해서는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 민한당의 지배적인 분위기이고 그런만큼 민한당은 추가해금과 최근의 언논보도·학원문제등을 쟁점으로 들고 나올 태세다.

<탈사면초가 안간힘>
결국 이같은 야당의 고민은 종전보다 높은 톤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많은 의원들은 그들 개개인이 앞장서 돌관을 시도하기 보다 당총재가 앞장서 모범수위를 정립해 줄것을 바라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지도부로서는 아무런 보장 없이 앞장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처럼 뒷전에 서거나 적당히 넘길 방도도 없어 고심하는 눈치다.
따라서 이번 국회를 통해 적어도 추가 해금에 대한 언질정도는 받았으면 하는게 야당지도부의 희망사항인 것 같다.
이런 야당의 바람과 곤경이 국회를 통해 제대로 발산되지 못할 경우 민한당은 현실정치에서 차지했던 영역과 자체내 결속력의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이런 복잡한 사정을 고려할 때, 이번 국회는 제5공화국 정계가 맞는 최초의 시련일 수 있으며 각 정당에도 별다른 도전없이 전개해온 그들의 존재양식을 재점검해 볼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전 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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