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원 고교' 학생 수능 성적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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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학생.학부모가 진학을 선택한 고교의 학생이 시.도교육청이 무작위로 학생들을 배정한 학교 학생보다 높은 수능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등 교육 소비자에게 학교선택권을 인정할 경우 학생의 학교 만족도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성적도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학교선택권을 인정할 경우 공립학교의 질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공교육에도 학교선택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도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학군 조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실정이다.

◆ 학교선택권과 성적=성균관대 양정호(교육학과) 교수는 전국 100개 고교를 대상으로 학교선택권과 학업성취도를 비교했다. 평준화지역 중 서울처럼 100% 무작위 배정하는 학교와 선(先)지원으로 정원의 40~60%를 배정하는 학교, 선지원 100% 배정 학교, 그리고 비평준화지역 학교의 수능 점수를 비교한 것이다.

연구 결과 비평준화 학교의 수능 평균 점수가 평준화지역 내 100% 무작위 배정 학교에 비해 5.65점 높았다. 같은 평준화지역 내에서는 선지원으로 100% 배정하는 학교가 100% 무작위 배정 학교에 비해 5.55점 높았다. 수능 평균성적은 ▶비평준화 고교▶평준화지역 내 100% 선지원 학교▶평준화지역 내 선지원 40~60% 배정 학교▶100% 무작위 배정 학교 순이었다. 학교선택권이 큰 지역의 학생 성적이 더 좋은 셈이다. 표준점수 기준 200점 만점인 수능 점수의 분포는 36~135점이었다. 이 논문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7일 주최하는 한국교육고용패널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양 교수는 "학생에게 선택권을 줄 경우 학교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평준화 제도를 고수하더라도 고교 배정 방식에 있어선 가급적 학생의 선택을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교선택권 확대하는 미국=미국에서는 학교선택권을 인정할 경우 학업성취도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캐롤라인 M 혹스비 교수는 1990년대 초부터 학교 선택제를 도입한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대상으로 선택제 도입 전과 후의 학업성취도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지역에서 선택제가 도입된 뒤 초등학교 수학점수는 8.1점, 영어는 8점(각 100점 만점) 높아졌다.

그는 또 차터스쿨(주민 등이 주정부와 협약을 하고 운영하는 공립학교)을 선택한 학생이 거주지 인근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보다 읽기와 수학 점수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미국 교육부는 이런 연구 결과를 근거로 공립학교 지역의 학교 선택제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서울지역에서 도심 공동화 지역을 중심으로 선지원제가 운영 중이며, 이마저도 거주지에서 근거리 위주로 배정하고 있다. 다른 지역 역시 선지원 폭이 40~60%에 그치며, 대부분 거주지 위주 배정이어서 선택의 폭이 좁은 실정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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