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야당전의···"대화정치"시련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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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 개회된 제116회 임시국회는 11대국회 후반 2년의 정치기상을 가늠하게될 첫 국회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85년의 총선거가 2년도 채 못남았다는점과 2·25해금조치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회라 이번 국회에 임하는 야당의윈들의 부담이 크고 이에 맞서야하는 여당의 입장도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원구성을 위한 정·부의장과 상임위윈장의 선거및 반년만에 있게될 3당의 대표연설은 이번 국회의 중요한 의사일정 일뿐이다. 그보다는 얼마남지 않은 총선거를 의식한 야당의 정치영역 확대노력에 대해 정국안정을 추구할수밖에 없는 여당이 어떻게 맞서나갈 것인가가 더욱 관심거리다.
민한당은 벌써부터 『이번국회를 통해 참다운 국회와 야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겠다』 (임종기총무)고 벼르고 있고 민정당은 『지난2년간 쌓아올린대화와 토론을 바탕으로한새국회상의 착근에 노력하겠다』(이종부총무)는 입장이어서 이번국회에 임하는 기본자세부터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있다.
특히 김근조한일합성이사고문치사사건· 대기업토지재매입· 유가문제·부동산투기·국비유학생선발시험채점미스등 논란이 예상되는 다양한 현안들이 산적해있어어느때보다 여야간에 정치공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중 김씨치사사건·채점미스와 관련한 야당의 내무·문교장관인책주장을 싸고 여야간 정면대립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같은 문제외에도 4월말까지 결판을 내기로 되어있는 국회법개정문제가 걸려있고 지자제·언론기본법등 해묵은 정치의안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이번 국회의 정치부담은 실로 무겁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야당은 이밖에도 △아파트청약의 채권인찰제도입에따른 채권발행동의안△국가고시에의 교수평가제도입△22만달러사건등을 둘러싼 사법·검찰의 신뢰문제△대기업의 토지재매입△증권회사의 통합△수입자유화정책등도 이번 국회에서 거론할방침으로 있어 여당이 싫어하는 사건국회화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유가조정문제에 대해서도야당측은 정부방침여하에 따라서는 경제기획원장관과 동자부장관의 인책요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있어 쉽게넘어갈것 같지는 않다.
야당의 이같은 파상적인정치공세를 여당은 가급적대화로 횹수해 나가되 필요한 경우 정공법으로 맞선다는 기본방침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당도 김씨사건에 대해 고문행위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응분의조치가 따라야 한다는데는 야당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야당이 주장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개정보다는 수사요원의 의무개혁이나 과학수사로의 전환이 보다 우선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사건에 관한 인책은 치안본부장의 갱질로 이미 끝냈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있다.
국회법등 정치의안에 대해서도 11대 임기중에는 개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이미밝혀 국회법개정안의 「4월처리」라는 여야총무들의 정치적합의가 지켜진다면 표결밖에는 다른방법이 없게된 셈이다.
여당의 이같은 확고한방침에 밀려 야당의 파상적인 정치공세가 이번국회에서 어느정도의 효과를거둘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야당이 방침대로 관계장관 해임안이나 특가법개정안을 낸다면 현재의 분위기로는 수의 힘에 밀려 폐기될 것이 뻔하다.
임시국회가 이런 상황으로 끝난다면 앞으로의 정국은 경새을 면하기 어려울것이며, 지난 2년간 자율적이든 타율적이든 여야가 애써 쌓아올리려 했던대화정치는 중요한 시련에직면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라는 여야에게 다같이 절박한 정치행사가 가까와을수록 서로의 이해관계는 날카롭게부닺칠수 밖에 없고 그럴수록 여야내부에서 각기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국회는 어떤의미에서는 여야 각당의 체질을 테스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과연 진정으로 대화와 화합으로 걸려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체질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실망은 도외시하고 각자의 논리대로 밀고가는 체질인지, 또는 말과 행동이 어느정도 일치하는지등에 관한 힌트가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
피차 형편이 좋을때는 누구사이라도 대화는 쉽게 이뤄질수 있다. 그러나 대화의 필요성은 오히려 형편이 어려울때 더욱 절실해진다. 어려운 일이 많은 이번 국회를 여야가 과연 그들의 말대로 서로의 체면을 살려가며 대화로 풀어나가는 정치력을 발휘할지두고볼 일이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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