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증가 꺼려 인하 폭에 신중|특파원들이 본 세계각국의 「기름값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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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OPEC의 유가 인하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소비자들이 직접 얻게될 혜택은 당장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석유과잉상태로 각 석유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소매가격을 내렸기 때문이다. 석유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이윤 폭을 좁히면서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갤런당 평균 17.4센트를 내렸다. 현재 갤런당 평균가격은 1.12달러(약 8백40원)다.
그래서 당분간 미국석유회사들은 그 동안 출혈경쟁으로 감수했던 좁은 이윤 폭을 넓히는데 원유가 인하분을 모두 흡수하게 될 것이고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돌리려면 시간이 지나야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원유가 5달러 인하는 주유소에서 11.5센트의 인하요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데 지난해 7월부터 실제로 인하한 폭이 17.4센트였으므로 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석유과잉상태가 계속되면 시장원칙에 따라 석유회사들은 다시 경쟁적으로 소비자가격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국가적으로는 OPEC 석유 값이 15% 인하됨에 따라 미국이 절약하게될 석유수입 비용은 연간 9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를 많이 소비하는 업종에서는 저유가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예컨대 연료가 운영비의 30%를 차지하는 항공사에서는 갤런당 1% 인하할 때마다 3백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82년 매일 2백만달러씩 적자운영 되던 것을 금년에는 매일 흑자 2백만달러로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육로운송회사와 버스회사에서도 디젤 값이 7센트 정도 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반적 효과 때문에 이번 원유가 인하는 미국의 금년도 GNP 성장에 0.5% 정도의 보탬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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