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대신 통화·재정 쇼 아베노믹스는 포퓰리즘 불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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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06면

-아베노믹스의 제일 큰 문제가 뭔가.
 “아베노믹스는 포퓰리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려운 구조개혁을 하지 않고 통화정책과 재정 확대로 쇼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인위적인 인플레이션 정책은 국채 가격을 폭락시켜 경제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국채 값이 폭락하면 국채를 다량 보유한 시중은행이 경영파탄에 빠지게 된다. 은행이 파탄 나면 돈을 빌린 중소기업이 무너진다. 그 상태에선 정부가 은행을 구제하려고 해도 아무도 국채를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구제금융도 불가능하다. 일본경제가 붕괴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국채를 대량 발행하고, 향후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면 장기 국채금리가 높아진다. 이는 국채 값의 하락을 의미하므로 투자자들에겐 손해다. 이런 투자자들이 일제히 국채를 내다 팔면 국채 값이 폭락하게 된다. 오바타 교수처럼 아베노믹스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이 같은 붕괴 가능성을 가리켜 아베 총리와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아베겟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장 경제학자 오바타 세키 게이오대 교수의 비판론

 -그래도 만성 디플레를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큰 오해다. 디플레이션과 불황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인플레이션은 그저 자산과 소득의 감소일 뿐이다. 세금이 매겨지는 것과 같다. 인플레를 일으킨다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물가와 임금은 자동으로 연동돼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폴 크루그먼도 틀렸다. 인내심을 가지고 구조개혁을 해야지 돈 찍어내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사기를 치면 안 된다. 엔저로 수출이 살아난다는 것도 그렇다. 일본은 더 이상 수출 주도 성장을 할 수도, 할 입장도 아니다. 아베 정권은 무슨 1970년대에서 온 사람들 같다.”

 -다수의 세계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아베노믹스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들은 양적완화를 좋아하는 것뿐이다. 미국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양적완화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 좋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신의 정책 대안은 무엇인가.
 “성장률을 높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뭔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베 총리는 수요 중심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은 경제학 이론에서도 공급 정책에 중점을 둔다. 나는 전문학교를 많이 지어서 능력 있는 인재를 많이 만들자고 주장한다. 고용의 선순환도 강조한다. 물론 이런 것들로 시장 현안을 직접 해결할 순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아야 성장이 촉진된다. 지난 20년간이 왜 잃어버린 20년이냐면 인적자원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 일본 사람들이 단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낭비이고 그들 자신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지난 세기 일본에선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많이 뽑아 교육하고, 이들의 능력을 키워줬다. 지금은 교육할 시간도 없고 그저 쥐어짜서 일을 하라고 한다.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없다.”

 -개혁을 장기간에 걸쳐 하자는 건가.
 “일본경제 상황이 안 좋지만 위기는 아니다. 방향은 괜찮은데 속도가 느린 거다. 삼성에 진 뒤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삼성에 질 수 있지’ 하고 충격을 받았다. 엔저로 삼성을 이길 수 있을까. 거시정책에 너무 얽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재정 건전화도 마찬가지다. 제일 중요한 게 연금으로 나가는 돈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사안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는 정부를 믿지 않는다. 세금처럼 국민연금을 부으라는데 나중에 줄 것 같지도 않다. 정부가 나서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한 정권이 들어서서 ‘5년 후에 연금이 파탄 난다’고 하면, 그다음 정권은 ‘아니다. 향후 수십 년은 여유가 있다’고 하는데 이건 안 된다. 성장전략은 일본뿐 아니라 모든 선진국에서 천천히 보수적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 마취나 심장충격 같은 단기 정책은 효과가 없다.”

 -이대로 가면 일본경제에 위기가 닥칠까.
 “2년 전에 내가 아베노믹스에 대해 비판적인 책을 썼을 때 다들 ‘너 참 용기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수의 경제학자가 아베노믹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한 번은 모르지만 두 번은 너무 과하다. 아베는 자신감을 갖고 계속 하겠다는데 일반 국민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 민주당 정부의 경제정책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지만 주가 상승 말고 도대체 뭐가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성장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하마다 교수는 일본의 국가채무가 GDP의 250%는 아니라고 한다.
 “타블로이드 신문 논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본인이 국채를 소유해서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재정 건전화를 위한 소비세 인상은 3년 뒤에 또 연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또 경제가 안 좋으면 그렇게 할 거다. 그런 상황을 투자자들이 보고 ‘아 일본 정말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큰 문제다.”

 -아베 총리는 지금이 일본경제에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한다.
 “그뿐만인가. 아주 절체절명의 순간이고 최종 찬스라고까지 한다. 완전히 틀린 말이다. 일본 사회에 찌든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자는 것도 아베노믹스의 일부라고 알고 있다. 심리적 해소? 뭐 그건 좋다. 이제 정상적인 경제정책을 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래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지 않았나.
 “과장됐다고 생각한다. 디플레가 있었다. 경제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 실업률은 낮았다. 1990년대에 버블 터지고 외환위기가 왔다. 아시아 전체가 위기였다. 뭐가 그렇게 나쁜가. 국가 채무 10년간 두 배로 늘어난 것? 미래에 부담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오바타 세키 1967년생. 도쿄대 경제학부를 수석 졸업한 뒤 대장성(현 재무성)에 들어갔다가 7년 만에 퇴직했다. 200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금융청 자문위원, 연금적립금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 운용위원 등으로 일했다. 현재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교수.

도쿄=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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