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장흥로, 1년 0.6㎞ 거북이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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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남 화순군과 장흥군을 잇는 도로가 8년째 공사 중이다. 공사를 마치려면 앞으로도 5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자동차로 1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구간의 공사를 13년이나 질질 끌고 있어 불편이 크다”고 말한다.

 문제의 도로는 화순군 이양~장흥군 유치의 839호 지방도로. 17.4㎞ 구간의 이 도로는 2차로인데다 S자형 커브 곡선과 급경사 등이 많아 겨울이면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곤 했다. 전남도는 이 지방도의 4차로 확장공사를 2006년 11월 시작했다. 현재까지 사업비로 전체 예산 2000억원 중 55%인 1125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공사가 마무리 된 구간은 4.4㎞에 그치고 있다. 1년에 0.6㎞씩 느림보 공사를 해온 셈이다.

 이렇게 공사가 늦어진 것은 자치단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찔끔찔끔 나오는 공사비 때문이다. 초기에는 도로 공사비의 50%를 국가가 지원했다. 하지만 지방도로의 경우 2012년부터 공사비가 전액 도비 지원 사업으로 바뀌었다.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운전자들은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 사용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 도로는 광주~장흥을 오가는 차량들이 주로 이용한다.

 시민 홍경석(30·회사원)씨는 “바쁜 출퇴근 시간에 공사 현장을 드나드는 차량과 뒤엉켜 교통 혼잡이 빚어질 경우 10분이면 통과할 길이 20~30분씩 걸려 짜증이 난다”며 “손톱만한 구간의 도로 공사를 13년간이나 끌고 간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번기에는 농기계와 공사 차량이 뒤섞여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전남도는 한정된 예산으로 도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전남의 전체 도로공사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7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사 중인 도로가 19개나 된다. 올해 이양~유치 도로에 배정된 공사비는 109억원이었다.

최봉현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올해 4개 사업이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이양~유치 도로 공사비를 70~80% 증액해 완공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일부 완공된 구간도 부분 개통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도 29호선인 화순∼광주 도로 확장공사는 착공 7년 만에 마무리됐다. 화순군 화순읍 대리에서 광주 동구 내남동에 이르는 5.7㎞ 구간 4차로가 21일 오후 4시부터 전면 개통된다. 화순∼광주 도로 확장공사는 2008년 착공했다. 총 공사비 1237억원을 투입해 터널 1곳, 교차로 2곳, 교량 6곳 등을 만들었다. 이 국도는 지난해 하루 교통량이 4만9000여 대나 될 정도로 많다. 명절 연휴나 휴가철이면 우회도로를 운영해야 할 정도로 정체가 극심했다.

 이 도로 개통으로 광주에서 보성·장흥·벌교 방면으로 가는 차량은 화순시내를 거치지 않아도 돼 교통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두 화순군 도시과장은 “광주~화순 간 4차로가 개통돼 교통 체증 해소와 사고 위험 감소는 물론 전남 동남부 지역을 오가는 차량의 물류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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