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호텔체인 '도쿄공략'에 토종 브랜드 '잠자리 지키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자, 홋카이도(北海道) '찬찬야키'(연어와 야채를 볶은 것), 미야자키(宮崎)현 '다이메시'(도미조림밥), 아키타(秋田)현 '이나니와 우동'(닭고기 육수로 맛을 낸 일본 3대 우동의 하나)…, 뭐든지 말만 하세요."

도쿄(東京) 지요타(千代田)구에 위치한 호텔 뉴오타니. 일본 3대 호텔 중 하나인 이곳엔 최근 예전에 없던 메뉴가 등장했다. 또 뉴오타니 호텔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도라노몬(虎ノ門)에 위치한 43년 역사의 명문 오쿠라 호텔. 이곳에선 3월 '그랜드 컴포트 플로어'라는 층이 새로 선을 보였다. 예전보다 훨씬 널찍해진 방에 마이너스 이온을 뿜어내는 공기청정 장치가 설치됐다. 시차를 해소할 수 있는 특수광 장치와 산소 농축기까지 갖췄다. 일본의 '토종' 호텔들이 서비스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후죽순 격으로 도쿄에 진출하는 외국계 호텔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 "도쿄를 장악하라"=힐튼 호텔 그룹 내 최고급 브랜드인 콘래드 호텔이 1일 도쿄 긴자 인근의 시오도메(汐留)에서 문을 열었다. 37층 고층 건물 가운데 28~37층이 호텔이다. 최고급 브랜드 호텔답게 하룻밤 숙박료 중 가장 싼 게 5만2000엔(약 50만원)이다. 일본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資生堂)와 손잡고 방마다 독특한 향기가 배어나오도록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덕분에 개업 1주일 내내 이 호텔은 만원이었다.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도 12월 도쿄 공략을 시작한다. 2007년에는 리츠 칼튼과 페닌슐라가 진출한다. 숙박료는 콘래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계 호텔이 도쿄로 몰려 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뉴욕이나 런던에 비해 외국 비즈니스맨이 묵을 호텔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경기 회복세를 타고 일본인 고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국계 호텔의 전략은 용의주도하다.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의 미쓰코시(三越) 백화점 신관 지하 2층 식품매장 안엔 페닌슐라 호텔이 운영하는'페닌슐러 부티크'가 있다. 이곳에선 자사 브랜드가 새겨진 초콜릿.홍차 등을 팔며 함께 호텔 소개 자료나 기념품을 건넨다.

◆ 수성에 부심하는 토종 호텔=브랜드 이미지나 자본 규모에서 외국계 호텔에 뒤지는 게 약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토종 호텔은 서비스와 인적 네트워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코쿠 호텔은 170억 엔(약 1700억원)을 투자해 본관 전체를 개.보수 중이다. 최근엔 외국인 전용층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또 무려 20년 만에 프랑스 레스토랑도 열었다. 뉴오타니 호텔도 11월부터 2년간에 걸쳐 100억 엔을 들여 본관을 모두 뜯어고쳤다. 공사가 끝나면 뉴오타니에도 외국인 전용층이 탄생하고, 외벽 또한 모두 산뜻한 유리로 바뀐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