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검사 박민식 의원 “대한민국 판검사 머릿속에 정당방위 제도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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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이 자신의 집에 침입한 50대 도둑을 빨래건조대로 내리쳐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한 ‘도둑 뇌사’사건과 관련해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6일 “(뇌사의 원인이) 기왕증(旣往症)에 의한것인지 이번 폭행으로 인한것인지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기왕증은 과거에 경험한 질병이란 의미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사 출신의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절도범이 식물인간이 된 이유가 폭력에 의한 건지 이 사람이 앓고있던 중증뇌질환에 의한건지 수치로치면 어느 게 몇퍼센트 영향을 주는건지 엄격히 증명이 돼야한다”며 “1심 판결문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고 판사가 그냥 때려서 식물인간이 됐겠지라며 죄를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어제 20대 청년을 면회하려고 춘천교도소를 갔다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며 “50대 절도범이 춘천교도소를 자주 드나든 ‘유명 인사’인데 뇌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풍문이 있다.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일리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검사시절 한번 사건을 맡으면 절대 안 놓는다고 해서 ‘불도저검사’라 불린 박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정당방위라는 것이 살아 있지만 대한민국 판사나 검사들의 머릿속에는 이 정당방위 제도가 없다”며 “형법 21조는 정당방위 성립요건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는 공권력 남용을 우려해 정당방위를 까다롭게 인정하는데 선진국처럼 좀 더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며 “조만간 정당방위 제도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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