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호박빵' 대박 브랜드 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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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울릉옥천식품의 조현덕(45.사진) 사장은 울릉군의 1호 '벤처농업인'이다. 경북 사동리 해변가에 있는 25평 남짓한 공장이 그의 사업장이다. 호박빵과 호박젤리를 만든다. 경주 특산물인 '황남빵'에서 힌트를 얻고 말린 호박가루로 앙금을 만든 호박빵을 지난해 8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로 유명하고 물량 확보가 쉬운 호박으로 사업 아이템을 골랐다. 그는 뭍 사람들에게 호박빵 맛을 알리기위해 경상도 일대의 주요 재래시장에 진을 치고 시식행사를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이 정도면 황남빵과 경쟁할만 하다"는 평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장사가 잘 안됐다. 여름 철 성수기때 여행객들 상대로 반짝 판매하는 것 말고는 뾰쪽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부산.대구역사 매점 등에서도 팔린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총매출액(1억5천만원)을 웃도는 2억원어치를 팔아 경영사정도 한결 좋아졌다.

조 사장은 울릉군 토박이다. 1884년 고종이 울릉도 개척령을 공포, 50여 가구를 이주시킬 당시 이곳에 들어 온 개척민의 후예다. 군 복무 때 말곤 한번도 섬을 떠나본 적이 없다. 사동리 1만여평 땅에서 농사를 지어 온 그는 5년 전 창업을 구상했다. 친척을 포함한 주변 젊은이들이 하나 둘 뭍으로 떠나는 걸 보면서 이들을 붙잡을 방도를 찾은 것이다.

조사장은 "젊은이들 탓만 할 게 아니다. 일자리가 없는데 누가 남아 있겠느냐"며 식품업체 설립을 구체화 했다. 이미 몇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엿장사보다는 젤리 등 다른 응용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집 한켠에 기계를 놓고 동네 아주머니 일손을 빌렸다. 회사가 자리를 잡는대로 섬안에 있는 젊은이 몇몇을 판촉요원 등으로 기용할 방침이다.

조 사장은 "정확히 10년 후면 호박빵이 전국브랜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때 3만명에 이르던 울릉군 주민 수는 현재 9천여명으로 확 줄었다. 오징어 잡이조차 현대화.기계화 되면서 뱃 일감마저 줄어든 탓이다.

울릉도=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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