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반고수머리 20대청년|인근 식당주인 사건 30분전 물통 찾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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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임수홍·정순균·채흥모기자】부산 미문화원방화사건 수사본부는 사건발생 10일째인 27일 방화현장에서 불을 지른 주범과 닮은 20대 남자를 목격한 한영식당(부산시 중구대청동동2가) 주인 장모씨(43)와 범인들이 숨겨두었던 플래스틱물통뚜껑 4개와 불온전단을 싼 것으로 보이는 보자기등 사건해결의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유류품을 찾아내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미문화원방화 때 성냥불을 그어 댄 유일한 남자 범인의 몽타지를 만들어 전국에 수배하고 산장여관지하인쇄소 에서 범인들의 신원과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인 감색보자기 1개를 찾아내고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범인들이 범행에 사용한 플래스틱물통(10ℓ)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2개가 아닌 4개이며 이 플래스틱물통은 현장근처 부평동시장에서 구입, 평소 면식이 있는 한영식당에 맡겨 두었다가 사건발생 30분전에 찾아간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전 식당에서 30m 떨어진 산장여관 지하계단에 집결했으며 이곳에서 휘발유를 운반하기에 편하도록 4개의 물통에 4∼5ℓ씩 나눴고 휘발유를 쉽게 뿌릴 수 있도록 뚜겅은 인쇄소 입구에 버리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플래스틱뚜껑 4개는 한영식당옆 K식당주인 김모씨(45)가 지난 22일 길건너편에 있는 산장여관후문 옆 화단철책에 세워둔 리어카 밑에서 주워 그동안 그릇 덮개등으로 사용해 왔다.
경찰은 또 보자기에 새겨진 K교회의 장로 김모씨가 80년2월 창립식 당시 부산 B여대 회계학강사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번 사건의 관련자중에 B여대생이 있을 것으로 보고 B여대생중 K교회와 관련이 있는 문제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뚜껑 4개에서 범인들의 지문을 채취하려 했으나. 경찰의 관리소홀로 식당에서 멋모르고 뚜껑을 물로 씻어 지문채취에 실패, 관계 경찰책임자를 직위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범인>
한영식당주인 장씨에 따르면 범인은 방화사건발생 40여분전인 지난18일 하오1시20분쯤 뚜껑이 덮인 플래스틱물통 4개를 들고 사건현장에서 50m떨어진 한영식당에 들어섰다.
범인의 용모는 베이지색 특수복차림, 반고수머리에 경상도 말씨, 얼굴은 주걱턱형으로 갸름한 편이고 나이는 25세가량.
범인은 사건발생 3∼4일전부터 4∼5차례 이 식당을 드나들며 식사하고 갔으며 사건당일엔 『곧 점심을 먹으러 올테니 물통을 보관해 달라』며 식당 안쪽에 물통4개를 숨겨 놓듯이 들여 놓고 나갔다가 10분뒤 다시 식당에 나타나 『급해서 그냥 가겠다』며 물통 2개씩을 두손에 들고 두리번 거리며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는 것.
경찰은 범인 인상에 대한 장씨의 진술과 방화사건 현장에 있었던 경비원 문흥석씨(62)의 진술이 일치해 이 청년을 범인으로 단정, 수배중이다.

<플래스틱물통>
플래스틱물통 뚜껑4개는 26일 산장여관지하실 동아캘린더인쇄소 입구에서 밭견됐다.
이 물통뚜껑 4개는 화재현장감식에서 발견된 타다 남은 플래스틱물통의 색깔과 같은 푸른색과 오린지색 2종류이며 감식결과 성분도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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