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소 특강 "점진적 통일은 없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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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 빅터 차 교수(가운데)가 10일 USC 로널드 튜터 캠퍼스 센터에서 `아시아에서의 미국연대체계(The U.S. alliance system in Asia)`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북한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에서도 핵심 사항중 하나입니다."

USC 한국학연구소(소장 데이비드 강) 초청으로 10일 LA를 방문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정치학 교수는 "백악관의 아시아 전문가는 약 17명으로 전쟁까지 치른 아프가니스탄 담당이 1명인데 반해 북한 담당은 4명이나 된다"며 "북한 전문가들은 인권.제재.6자회담.정치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오바마 정부는 (한국보다) 북한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차 교수는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디렉터를 역임했다.

이날 차 교수는 '아시아에서의 미국연대체계'란 주제 강연을 통해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중국.일본.북한.무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밀착 이유는 북한

최근 부쩍 가까워진 한.중 관계에 대해 아시아 전문가들은 '한국의 저울질(Korea in play)'이라고 평한다. 한국이 한 손엔 미국, 다른 한 손엔 중국을 놓고 계산중이란 뜻이다. 차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미국보다 중국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보진 않는다"며 "한국이 중국에 가깝게 다가가는 이유는 북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속내가 중국을 통해 북한의 내부 정보를 얻고 동시에 중국을 비판.감시.경계의 눈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 "과거 미국-러시아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협력이 포함된 경쟁관계"라 평가한 차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진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한국이 나서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나 방침을 알아내 준다면 미국으로선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 점진적 통일은 없어

1달이 넘도록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북한의 최고위급 간부들이 한국을 전격 방문한 다음날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어지러운 형국이다. 차 교수는 "북한은 어지러운 것이 정상이다. 개혁 의지도 없고, 인권은 바닥이며 주민들 건강은 최악인 상황"이라며 "한반도에 점진적 통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천천히 준비하는 통일은 없고, '갑자기 들이닥칠 것(It happens suddenly)'이라는 것. 그는 그 이유로 북한 정권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을 들었다. 차 교수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생각도 제각각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북한 주민의 탈출 저지문제에 미국은 북한에 남아있을 핵.미사일 무기 처리와 동북아 안전을 우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통일의 첫 감상은 희망보단 걱정이 많을 것"이라며 "갑작스런 통일은 혼란을 피할 수 없으니 한국은 예상치 못하게 다가올 북한 붕괴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시아 중시 정책

차 교수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외교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아시아 중시 정책'이나 재균형(Rebalance)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부터 중국을 자극한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가 예상했던 아시아와 실제의 아시아는 달랐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깊은 우정을 쌓아온 일본은 동일본대지진(2011)과 자민당 60년 집권 교체(2010년) 등으로 대혼란에 빠졌었고, 중국은 미국이 말한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responsible stakeholder)'가 되지 못했다. 북한은 6자회담을 이야기하면서도 천안함사태.연평도포격.핵실험 등을 벌였다. 차 교수는 "파병.G20회담 등 당시 오바마 정부에 손을 내밀어준 아시아 국가는 한국 뿐이었다. 한국의 역할이 미국에 있어서 고마워진 순간"이라며 "박근혜-오바마 네트워크는 건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능력이 예전만 못해도 아시아에서의 역할은 지켜갈 것"이라며 "미국이 잘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강대국(중국)의 출현이 반갑지 않고, 편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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