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통금 해제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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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가 내년l월1일을 기해 접적지역과 군사시설등 일부 안보취약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야간통금 해체를 정부에 건의키로한 것은 적어도 두가지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 하나는 통금을 전면해제해도 안보에 큰 저장이 없다는 우리의 자신감을 국내외에 천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금해제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대화정치 내지는 정치적 타결을 통해국민들의 오랜숙원을 풀어준 선례를 남긴 점이다.
우리나라의 통금제도란 다 알다시피 해방되던 해인 45년 미군정포고1호에서 비롯되어 54년 경범죄처벌법이 입법되면서 오늘날까지 시행되어온 것이다.
그동안 제주및 충청북도와 일부도서및 관광지역에서 연차적으로 해제되었지만, 이밖의 지역의 통금해체논의는 안보 및 치안상의 이유에 밀려 번번이 유산되곤 했다.
따지고보면 통금의 해제는 때늦은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나 치안능력·국방태세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통금해체문제가 거론될 때면 으례 그럴듯한 반대론이 있었다. 안보·치안상의 이유를 제쳐놓더라도 대부분의 주부들이 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남편들의 귀가시간이 늦어질까봐서, 또는 자녀들의 탈선이 무서워서 등이었다. 각종 범죄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있었는가 하면 도로변 주민들의 소음공해호소도 그럴듯하게 들렸다.
36년씩이나 시행하다보니 전국민의3분의 2이상을 차지하는 30대이하는 물론 국민들 모두에게「통금」은 생활의 일부가 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생활의 리듬이 갑자기 바뀌는데서오는 부작용도 예상할수는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명분으로도 통금제도 자체가 정상이라고 할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통행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앞으로 통금이 해제된다는 것은「비정상」을「정상」으로 바꾸는 일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 이 결의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의 개방적인 특성과 「안정」을 알림으로써 88년의 서울올림픽을훌륭히 치러낼수 있는 자신감을 국내외에 천명한 것이라든지, 이 결의가 여야중진들의 대화를 통해 국회의 총의로 집약되어 건의키로한 것이 지닌의의는 자못 심장한 것이 있다고본다.
앞으로 통금이 해제되는데 따라 적쟎은 부작용이 생길것은 예상할수있다.
가정주부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남편들의 귀가시간이 늦어질수도 있고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할 우려도 없지는 않다.
보안사범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작용은 일시적인현상일 것으로 확신한다. 통금을 해제한 충북·제주의 경우가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절도들이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사람들이 다니기 때문에 범죄인들의 행동을 제약하는효과도 생각할수 있다. 청소년들의 탈선이나 성범죄의 증가도 문제가 될수 있지만 그동안 통금 때문에 그런 범죄가 도리어 조장되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로등이나 보안등을 더 밝게 하면 보안사범은 줄어들 가능성이 클뿐아니라 통금에 쫓겨 많이 일어나던 교통사고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통금해제란, 이를테면 우리 국민이 36년동안 입어온 제복을 하루아침에 벗는 격이다. 그에 따른 심리적 이유이나 해방감은 인지상정이다. 통금해제후 상담기간은 그런 과도기적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에겐 자제력이 요구되며, 치안당국도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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