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울고, 달걀도 울고 … 공급 늘어 값 폭락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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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닭고기 값이 최근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 이어 달걀 값도 폭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표본농가를 조사한 결과 6개월 이상 된 산란계(달걀 낳는 닭)는 현재 4871만 마리다. 9~11월 기준으로 산란계가 도태되는 월령은 예년보다 1.3개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7월 기준 도태된 산란계 숫자도 지난해보다 11% 줄었다. 게다가 새로 키우는 병아리 수까지 늘어나는 바람에 이달 들어 산란계 전체 마릿수는 6357만 마리나 된다. 달걀 생산량은 3.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달걀 소비는 오히려 뒷걸음이다. 상반기 가구당 한 달 평균 달걀 구매량은 38.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개가 줄었다. 하반기에도 수요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윤원상 롯데마트 달걀 상품기획자는 “이른 추석 때문에 추석 대목은 이미 끝났다”며 “일본 원전 사고로 수산물 소비가 감소하면서 발생한 대체 수요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면서 올 10~11월 산지 달걀 가격(특란 10개 기준)이 지난해 대비 20% 하락한 1150~1350원이 될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예측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1557~1641원이었다.

 닭고기 값은 이미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kg당 평균 가격은 5084원. 2009년 10월 이후 최저다. 한때는 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역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올 초 양계 농가는 여름철 보양식 수요와 월드컵 특수를 예상해 병아리 수를 늘렸다. 올 2분기 육계(식용 닭) 사육 수가 1억 마리를 돌파했을 정도다.

그런데 올 1~7월 역대 최장기간인 191일 동안 조류 인플루엔자(AI) 가 돌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파와 축구 대표팀의 성적 부진으로 월드컵 특수마저 기대에 못 미쳤다. 소비 부진으로 인해 창고에 쌓인 냉동 닭고기 비축 물량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000만 마리 수준이다.

 닭고기에 이어 달걀마저 가격 폭락 조짐이 보이자 대형마트는 농가돕기 소비촉진 행사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9일부터 15일까지 일부 시판 달걀을 20~25% 할인 판매한다. 또 16~22일 전국 산지 농가에서 달걀 20만 판을 사들여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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