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발전없인 경제발전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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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 추곡수매가 10% 인상안과 더불어농업의 비교우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없는 농업부문에 정부지원을 계속할 것이 아나라 싼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논리다. 아직도 농업이 큰 비중을 점하고있는 우리나라에서 혁명적주장이 아닐수없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의 비교우위론이 성립될수 있는가, 이에대해 서올대 조순교수가 81년 농업과학심포지엄에서 발표한것을 요약소개한다.<편집자주>
정부는 올해 추각매인가격을 작년에 비해 10%인상하고 매입량도 6백만섬정도로 억제할 것이라고 한다. 내년의 물가안정과 양특적자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년8월부터 1년동안 물가는 23%나 올랐다.
농업에대한 낮은투자, 저가의 매입으로 우리나라의 농정은 과연 어디로 가고있으며, 농업의 장래는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에선 농업보호 부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농업도 다른 산업과 같이 하나의 산업에 지나지 않으므로 농업만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우기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은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이므로 이러한 산업을 보호한다는 것은 경제원칙에 어긋난다는것이다. 우리나라 곡물의 생산비는 국제시장의 곡물가격보다 높으므로 마땅히 공업을 육성하여 그 생산물을 수출하고 농산물은 수입하면 된다는 식이다.
농업과 농촌문제는 단순한 농촌 또는 농민의 문제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장기적으로보아 농업과 공업은 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농업문제는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생각해야한다. 내수시장의 뒷받침없는 수출드라이브나 기술기반없는 중화학공업추진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 내수시장의 중요한 일부분이 농업이다. 농업부문의 발전없이는 내수시장이 커질수 없다. 농업부문의 발전없이는 국민경제의 구조적불균형을 시정하기 어렵다.
경제가 발전한나라, 발전하고있는 나라가운데 농업을 비교우위의 차윈에서 관망하고있는 나라는 없다.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에 몇나라밖에 안된다. 일본·EC제국이 비교우위를몰라 농업을 보호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농산물의 상당한 자급을 이룩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비교우위의 이론은 물론옳은 이론이다. 그러나 이이론을 정책에 옮기기 위해서는 몇가지 필요조건이있다.
경제정책의 입안자들은 이필요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고있다. 이이론을 적당하게 해석하고 필요할때 수시 이 이론을 들고나와서 이 이론이 무엇인지 잘모르는 사람들을 현혹시킬뿐아니라, 나아가서는 국민경제의 기본방향을 그르치게해서는 안된다. 그 필요조건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비교우위의 소재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잘 알아야하며, 둘째는 모든나라가 이 비교우위이론에 입각하여 산업정책이나 무역정책을 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업종, 거의 무한에 가까운 생산물가운데 어느것에 비교우위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관리를 비롯해 누구에게나 어려운일이다. 또 아무리 한나라가 비교우위에의해 산업정책을 쓰려해도 상대국이 달리 할경우에는 이 이론은 오히려 해가되는 수가 얼마든지 있다.
무릇 무역·산업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데는 비교우위이론도 참고가 되어야한다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참고가 될 정도이어야 하지 그것이 절대현되어서는 안된다. 비단농업에 대해서만 이 원칙이 지나치게 중시되어서는안될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중요시되어서도 곤란하다. 이 윈칙을 금과옥조로하여 무역정책을 구상하는 나라는 의외로 적은것 같다.
나의 소견으로는 농업은 기간산업으로 취급되어야한다. 그것은 단순한 GNP의 몇%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의 식료품을 제공해주는 이 산업이 어떻게 홍수와같이 쏟아져나오는 다른 생산물과 같을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국토는 좁은데다 가경면적이 적고 인구가 조밀하다. 이런나라에서 식료품가격이 높다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싼 외국쌀을 사먹어야한다는 말에도 일리는 없지 않다. 그러나 쌀을 사먹기 위해서는 농업 이외의 산업의 효율이 극히 높아져 그만큼의 외대가 획득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업핵율은 그것을 하기에 충분한가. 불황이 극심했던 80년대에서 조차도 우리나라의 유류수입은 66억달러를 넘었고 식료품(동물포함)의 수입이 19억7천만달러에 달했다. 이만한 돈을 우리공업부문이 가득하고도 남음이 있는가. 우리나라의 부빈의 상태로 보아 그간의 사정을 짐작하기에는 남다른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모든 무리를 해서 억지로 식량을 자급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에 있어서는 식량의 자급화노력을 강화해야할 경제적이유(사회적이유는 말할것도 없고)는 충분히 있다는 것과 이러한 방향과 양립될수 없는 여러가지 정책을 타당시할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할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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