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전문화·고급화 절실"|출판 경영자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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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3회 출판 경영자급 세미나가 19∼21일 「80년대의 출판 환경-그 변화와 대응」이란 주제로 출판 관계자·정부 관계자·평론가 등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강원도 설악 파크 호텔에서 열렸다. 세미나에서는 ▲교육 혁신과 출판 (김인회·연세대 교수·교육철학) ▲출판환경-그 변화와 대응 (이장열·문학평론가)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경영의 방향과 출판업 (이창우·성대교수·산업심리학) ▲국제 저작권법과 우리 나라 저작권법 (이용권·문화공보부 국제 교류 국장) 등의 발제 강연과 토론이 있었다.
김인회 교수는 『우리 교육은 정신문화의 계승·발전보다는 지식의 전달에 치중하여 파행성을 띠고 있다』고 지적, 『모국어 교육은 곧 그 문화 나름의 사고 방식과 논리를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인데 국어 교육의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독자층이 정신 문화보다는 감각 문화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경향이 있고 책보다는 TV를 즐기게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학 평론가 김치수씨는 『프랑스의 경우 중등 교육을 마치면 누구나 고전을 상당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되고 있고 이것이 프랑스 문화 발전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소설가 이청준씨는 『TV 등을 통한 감각적인 문화가 만연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문학 평론가 김병익씨는 국어교육의 강화와 정신 문화를 위한 교육에 찬성하면서도 우리정신 문화의 지나친 강조로 자칫 문화적 쇼비니즘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교육 개혁으로 여가 시간이 많아진 청소년을 독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시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김 교수의 견해에 대해 이광훈씨는 『우리 나라 교육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교육이 하나의 출세를 위한 수단이 되면서 독서 풍조가 사라졌다』고 지적고 『그러나 지식과 정보의 폭발현장은 보다 많은 독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부는 도서관 증설 등을 통해 책을 읽는 환경을 조성해야하며 출판사들도 베스트셀러 위주의 출판에서 전문화·고급화 한 출판으로 전환하는 자세가 있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창우 교수는 출판이 기업으로서 갖추어야할 요소를 강조, 『출판인들이 독자를 계몽하겠다는 자세로 책을 내는 것은 옳지 않으며 독자가 원하는 책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러한 책을 내도록 힘쓰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출판인들은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상업적인 출판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용권씨는 국제 저작권법 가입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과 우리 나라 저작권법의 실태를 설명했으며, 민영빈 출협회장은 저작권법에 대한 국가간의 관계는 냉혹하기 그지 없다고 전제, 국제 저작권법 가입은 국가 이익을 냉철히 따져 본 후에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제 저작권 가입이 논의되더라도 출판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세미나에서는 ▲정부는 출 협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 ▲국책 과목을 제외한 중고교 전 교과서 검인 정화 ▲공연 TV에서의 출판 프로그램 확대 ▲대형 유통 기구를 위한 정부 지원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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