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바다와 아침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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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광산촌의 여인은 보고 있었다. 물에 뜬 붉은 바다
날빛 새들이 날아오르고 물건에 별이 씻겨져 제 모습으로 갈앉고
상수리나무가 한그루 흔들리고 있었다.
키 작은 사내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일천피트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으나
가도가도 어둠뿐 모두다 뜨내기와 갈보뿐
낡아빠진 퀘도차가 달리는 길목에서
어허와 어허와 퀘도차가 달리는 길목에서
우리들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젓가락을 두들기며 노래
불렀으나, 신참내기 전도사도 노래 불렀으나 가슴의
멍울은 풀리지 않고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슬픔만 달빛이 내리는
나무그늘이라든가 산등에서 아주 낮게 흘러내리고 어떤 적의도 없이 흘러 내리고
밤이 가고 아침이 오고
새들 무리가 무의미하게 날아오르고 물결에 흔들리는 여인의 얼굴 위로
상수리나무가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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