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발됐다는 「무독성」제품 구경조차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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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환각작용이 없는 새로운 본드가 개발됐다는데 시중상점에서는 신제품은 찾아보기 힘들고 종전제품이 판치고 있다. 당국은 지난 3월부터 종전제품의 생산·출고를 금지시킨 데 이어 지난 10일부터 무독성 본드를 출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성을 가진 종전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나 회수조치를 하지 않아 대부분의 군소 생산업체에서는 재고품이라는 핑계로 유독성본드를 그대로 출고하고 있으며 가게에서도 값이 싼 종전제품을 그대로 취급하고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의 본드사고가 끊이지 않아 환각상태에서 절도·살인사건까지 빚어지고 있어 유독성 본드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KIST가 개발한 새 본드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용매제인 롤루엔·메틸에틸케톤· 에틸아세테이트룰 아세톤과 핵산으로 대체한 것.
아세톤은 롤루엔에 비해 환각작용이 10분의1에 불과해 독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공부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중순 본드제조회사에 새 제품을 생산토록 지시하고 4월10일부터는 공업용의의 소형은 종전 제품의 제조 및 출고를 금지시켰었다.
I화학·T화학·O화학 등 제조회사들은 이에 따라 새 제품을 만들면서 값도 30㎜ 포장 1개에 종전 70원에서 75원으로 7·1% 올려 받고있다.
그러나 4월10일 이전에 출고된 종전제품에 대해 당국이 수거폐기 등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아 새 제품은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서소문동 B문방구점은 D화학·H본드 공업사 등 2개회사의 종전제품 20여개를 여전히 팔고 있으며 새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 회현동 N철물점 주인 김성균씨(38)는 『새 제품이 나왔다는 말은 들었으나 아직 현 품을 본적이 없어 종전제품을 그대로 팔고 있다』고 했다.
일부 문방구나 철물점·구멍가게 등에는 군소 업자들이 값싼 종전제품을 계속 공급하고 있는 데다 재고량도 상당히 많아 이에 대한 수거폐기 등 별도대책이 없는 한 청소년들의 본드 사고는 계속될 것이 우려되고있다.
상공부관계자는 『3월 중순 새 제품 생산을 지시할 때 4월10일쯤이면 재고량이 바닥날 것으로 추정했었다』고 말하고 재고품을 일일이 수거폐기 하는 것은 사유재산침해로 문제가 있고 인력도 없어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 제품에는 「KIST추천 용제사용」이라고 표시. 종전제품과 구별하고 있으며 독극물 법이 지난 4일부터 발효 돼 본드를 흡입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경우 형사 처벌토록 되어있다.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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