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에만 흘러 「이미지」 선명치 못해…지나친 영탄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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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조의 묘미란 부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구구한 설명 탓인지 ?작보다는 한 수로 마무리지은 응모작들이 차츰 늘어가고 잇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전례 없이 7편의 작품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었다.
앞으로 단수 위주의 좋은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어 되도록이면 많은 독자들의 시조를 실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응모한 단수의 작품들이 지닌 큰 결함은 대체로 이미지가 선명치 않다는 정을 지적할 수 있다.
쉽게 풀이한다면 이미지란 작자의 상상력에 의하여 사물을 「말로써 그린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지란 정확하고 신선한 것일수록 참신한 느낌을 주는 법이다.
최순호님의 『불탁』, 김향숙님의 『봄비』, 전영숙님의 『부처님 마음 내게로』, 박미자님의 『엄마 마음』. 이병의님의『춘일 낙조』. 이택제님의 『봄밤』 등은 기교는 괜찮으나 모두 어미지가 선명치 않아서 선에 넣지 못했음을 지적해 둔다.
그리고 응모작 가운데 적잖은 작품들이 지나치게 영탄조로 흐르고 있다. 그 한 예를 왕영조님의 『기다림』에서 들어보자. 「…애잔한 메아리 소리만 못내 아쉬워 하누나」 「…청초한 이내 간장 행여 타면 오실텐가…」 등 마치 대중가요의 가사를 방불케 하는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김용수님의 『춘누』, 김일주님의 『고월』도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이번 주에는 김시현님의 『봄길』. 문무학님의 『봄비 오는 날』. 이현기님의 『시장에서』. 김선화님의 『고향의 봄(「귀향」을 「고향」으로 바꿨음)』. 그리고 박명진님의 『보길도』를 선에 넣었다. 하지만 선에 들었다고 곧 옹근 작품이라고 여기지 말고 좀더 정진해주기 바란다.

<전규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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