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경기」속에서도 수출은 비교적 호조|1·4분기 실적으로 살펴본 올해 수출전망|섬유호전 중화학제품 부진|대미수출 활발…일본·유럽쪽은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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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바닥을 기는 금년 경기를 그나마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수출이다.
금년 1·4분기(1∼3월)중의 경제활동이 신통치 못했지만 그래도 수출만은 기복을 보이면서도 투자·소비등 다른 부문에 비해 나은 편이다.
1·4분기의 수출실적을 보면 작년 비증가율이 1월 32.7%, 2월 13.5%, 3월 15.0%다. 1월이 이례적인 것은 환률인상의 효과가 반짝했던 작년 8∼10월의 수출주문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2, 3월 수출증가율은 올해 수출목표 2백5억달러 달성을 위한 수출증가율 16.6%와 작년 월평균 증가율 16.3%를 밑돌고있다.
3월말 현재 수출신용장 내도액 증가율이 23.7%를 기록하고 있으나 역시 지난해 월평균 증가율 23.9%수준에 약간 못미치고있다.
상품 구조별로는 지난해까지의 수출패턴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작년에 섬유류와 함께 3대수출상품으로 수출을 주도했던 전자·철강·선박·비료·완구류등이 올해 들어서는 부진하다.
지난해 고전했던 섬유류는 중동의 특수와 선진국의 재고감소에 따른 수입증대때문에 약간 회복세에 있으며 신발류·금속·합성수지·타이어 등은 지난해에 이어 호조를 보이고 있다.
1·4분기 수출신용장 내도실적은 38억8천7백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7% 늘었다. 80년도 1·4분기는 신용장 내도액이 전년 동기비 14.7%밖에 늘지 않았었다.
그러나 2·4분기 수출에 연결되는 1, 2월 신용장 내도액은 작년 1, 2월에 비해 각각 18.4%, 14.9%밖에 안 늘어 4∼5월 수출신장세는 약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4분기에 중화학제품에 대한 수출주문이 저조하여 차후 중화학 제품 수출촉진책이 시급한 문제로 등장했다.
국별로는 대미수출이 작년에 비해 호전되었으나 일본과 「유럽」에 대한 수출은 계속 저조, 호전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엔화가 강세인데도 섬유류를 비롯한 주력 수출제품의 경쟁력이 중공·「홍콩」등 경쟁국과 비교하여 저하되고 있으며 농수산물수출이 계속 저조하다.
EC (구주공동체)역내에 있어서는 경기가 아직 침체국면을 못 벗어나고 구주통화가 약세를 계속, 수입수요가 계속 격감되고 있으며 기수출신용장 개설분에 대해서도 가격인하를 요청해올 정도로 수출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서독은 EC역내에서 가장 큰 수출시장이나 지난해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되어 「프랑스」와 함께 수출이 고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앞으로의 수출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상공부는 올해 들어 3월까지 수출실적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19.5% 증가했으나 앞으로도 계속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수출이 비교적 활발했던 것은 국내 정정의 안정과 환율의 실세화, 그리고 선진국 경기가 약간 호전된 데 힘입은 것이다.
이제 환율인상의 효과는 거의 잠식당했다. 작년에 크게 오른 국내물가와 수입원자재가 격상승의 여파가 환율인상의 효과를 거의 잡아먹은 것이다. 작년의 대폭적인 환율상승이 수출을 늘리는데 큰 몫을 했지만 그것은 또한 원가상승을 동반하여 약해를 잃은 것이다. 특히 최근의 수출부진은 대상·기술등 근본적인 국제경쟁력 약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자극책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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