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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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나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있다.
2O여년간 카메라를 만져온 덕분이 아닌가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아름답고 정겹게 보려고 애써온 결과라고 말하면 지나친 자랑일까.
「유아일기」를 쓰는 대신 사진으로 두 아이의 성장기록을 만들고 있다.
대학시절 전공과 관련, 고적답사 등을 하러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대학 3학년 때 친구들과 어울려 사진클럽(숙미회)을 만들기도 했다. 졸업직전에 여자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사진 취미는 사회생활에 쫓기는 남자보다는 여성취미로 적합하다는 생각을 4O대가 되면서 하게된다.
사진을 찍다보면 사물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게 되고 무엇이든지 정연하게 정리하는 버릇도 생기는 것 같다.
방안에 TV를 놓더라도 아무 데나 놓을 수가 없다. 제자리를 꼭 찾아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취미활동, 특히 사진은 혼자 하는 것 보다 여럿이 모여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기심도 줄이고 약속을 지키는 습관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처녀시절에는 토담벽이나 나무를 많이 찍었으나 결혼 후에는 아무래도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즐겨 찍게 됐다. 특히 친척 가운데 나이가 많은 분들의 모습을 기록해 두고싶어 요즘 자주 친지집을 방문하고 있다.
또 매주 명동과 서울역·시청 앞 등에 나가 거리모습을 기록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명동의 풍물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사진취미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고 하지만 나의 경우 한달에 2만원정도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사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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