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미국」의 첫경제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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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복잡한 세상일을 극도로 단순화시켜서 보는 낙천적인 고집이 보수파사람들의 특징의 하나인 것 같다.「레이건」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지금 미국이 밖으로는 소련에 군사적인 우위를 놓쳐 소련이 도처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고, 안으로는 정부지출의 과다, 너무 높은 세율, 정부에 의한 지나친 통제때문에 경기후퇴와 높은「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맞고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병」이라고 진단한다.
「레이건」이 자신의 대통령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이런 병근을 해결하고 「강력한 미국」을 실현하기 위한 처방으로 제시한 것이 이번 경제교서다.
앞으로 4년 동안「레이건」행정부의 국방정책과 경제정책의 청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경제교서는 연방정부예산의 삭감·감세·국방비의 증액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있어 그의 선거공약의 선을 지키고있다.
「레이건」의「경제재생계획」은 개인과 기업을 과중한 세부담으로 부터 풀어놓아 구매력 증대를 통해서 경기회복을 자극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지출의 삭감으로 통화억제를 통한 「인플레이션」의 퇴치를 돕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기간 중에 「레이건」의 가장 중요한 경제담당자문은 남가주대학의 「아더· 래퍼」교수가 맡았는데 그는 대규모 감세효과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그가 감세효과를 간단한「그래프」로 표시한 것이 유명한『래퍼곡선』인데「레이건」은「래퍼」의 이론을 경제교서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카터」행정부는 「인플레이션」해결의「필요악」으로 경기후퇴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문제의 「인플레이션」은 두자리 수준(12내지13%)에 머물고 경제는 불황을 맞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감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감세안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즈」의 「레너드·실크」기자가 42명의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것을 보면 3년간 30%의 감세는 지나치다는 평가이고, 오히려 지금의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한다. 특히 정부지출삭감의 긴축효과보다 감세효과가 앞설 경우 그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만약 그들의 판단이 옳은 것으로 나타나면 사태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통한 군사력의 증감은 감세를 통한 세입증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레이건」의 경제재생계획을「큰 도박」이라고 부른다.
그는 연방정부의 예산적자를 82년의 4백50억「달러」 에서 84년의 흑자 5억으로 바꾸겠다는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지금의 12%를 84년까지는 6.2%로 내릴 것이라고 낙관한다.
「레이건」은 지난 10년 동안 소련이 미국보다 3천억「달러」의 군사비를 더 쓴 결과 전략핵무기의 운반수단·전술공군기·잠수함·야포 그리고 방공체제에서 명백히 미국을 앞지르고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국제적인 경제환경개선의 조건의 하나요, 미국의 군사력증강은 서방세계의 안전에 필수적인 요소의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레이건」의 「도박」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을 그렇게 낙관할 만은 없는 것 같다. 50년래의 큰 개혁이라고 하는 그의 구상이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의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그의 외원액 삭감은 개도국의 반발을 살 것이고 수출입은행차관의 삭감은 미국수출업자들의 불만을 사고있다.
경제가 잘못되면 다른 아무것도 잘될 수가 없다는 게 「레이건」의 말인데 그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으려다가 아무것도 얻지못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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