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전자단지에 핀 국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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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옥성면 옥관리 낙동강변 4만7천여평에 펼쳐진 국내 최대의 국화 재배단지. 구미시가 출자한 구미원예수출공사와 유한회사 구미원예농단의 스프레이 국화(꽃대 하나에서 여러 개의 꽃이 피는 품종) 온실이 들어선 곳이다.

구미원예수출공사의 유리온실은 축구장 여덟개 크기다. 여기서는 1년 내내 국화가 생산돼 전량이 일본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지역으로 나간다. 지난해에만 1천2백만송이를 수출, 4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구미시의 주력 수출품은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이지만 국화도 중요한 수출품으로 꼽힌다.

수출공사 고재영(61)사장은 17일 "2000년부터 수출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의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불황만 아니었다면 흑자폭이 훨씬 커졌을텐데…"라며 지난해 흑자가 2억8천만원에 그친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이 단지는 1996년 농림부의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으로 시작됐다. 구미시는 공업도시 일변도의 이미지도 바꾸고 농촌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국화산업에 뛰어들었다. 연간 3억송이의 국화를 소비한다는 '국화와 칼'의 나라 일본으로 수출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화훼전문가들은 투자자금 1백83억원을 들여 수지를 맞추겠느냐고 우려했다. 초창기 시행착오를 거쳐 재배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高사장은 "일본에서 한달씩 머무르며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곧 신품종 개발로 이어진다. 일본 원예업계에서는 구미 국화 브랜드( KMC. 회사 영어이름) 가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수출공사 옆에는 원예농단 국화단지가 붙어 있다. 이곳은 21개 농가가 출자해 스프레이 국화를 공동으로 생산.판매한다. 지난해엔 8백70만송이의 국화를 일본으로 수출해 19억여원을 벌었다.

구미 국화는 일본이 수입하는 국화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2백년 화훼농업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 국화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13%에 그친다.

한편 대규모 국화단지 조성으로 주변 농민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다. 주민 고용효과만 1백여명에 이른다. 인근 주아2리 6백여평에 참깨 농사를 짓는 이옥자(38)씨는 "오전 8시에 나와 오후 5시까지 온실에서 모종 증식일을 하고 퇴근한 후 참깨 농사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 국화산업은 지방공사가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라며 "국화는 구미를 대표하는 또다른 수출상품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구미=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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