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김장철이면 오이장아찌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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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해도 은율이 고향인 국향의 상임지휘자 홍전택씨는 한겨울 미각으로 고향에서 맛보던 구수한 김치적과 진간장에 절인 짭짤한 오이장아찌를 즐긴다.
그래서 부인인 「소프라노」 김영환씨는 늦가을 찬바람이 불고 김장철이 다가오면 우선 밑반찬으로 오이장아찌 담그는 일부터 시작한다.
『매년 여름이면 값싼 오이를 넉넉히 사다가 소금에 절여 오이지를 담가요. 여름에는 그대로 먹다가 가을이 되면 독 속에 남은 것을 모두 건져냅니다. 우선 한나절쯤 찬물에 담가 짠맛을 땝니다.』
짠기를 뺀 오이는 대나무 채반에 널어 가을햇살아래 2,3일쯤 말리면 습기가 빠져 꼬들꼬들해진다. 이 오이를 물기 없이 손질합 작은 항아리에 차곡차곡 7부쯤 담은 후 진간장을 잠기도록 붓는다. 하룻밤을 지낸 후 그 간장을 따라내고 껍질 벗긴 통마늘과 약간의 설탕을 넣어 팔팔 끓인 후 식혀 다시 붓는다.
『이렇게 3일간만 반복하는데 식초를 약간 넣으면 훨씬 풍미가 더합니다. 보름쯤 지나면 제 맛이 드는데 얇게 썰면 꼬들꼬들 새콤달콤하면서도 짭짤한 것이 한겨울 김치 맛에 싫증이 났을 때 먹으면 입맛이 개운해서 좋아요.』
오이를 썰어서 참기름·파·마늘 등 갖은 양념을 한 후 통깨를 뿌리면 또 색다른 맛을 즐길 수가 있는데 특히 겨울철도시락 반찬으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오이장아찌를 만들고 여분의 오이지가 있을 때는 짠물만을 뺀 후 김장때 사용한다.
김장때 배추에 집어넣는 소를 넉넉히 준비했다가 오이의 몸에 열 십자로 칼집을 낸 후 양념을 집어넣는다. 김장독 속 배추 사이사이에 집어넣었다 먹으면 이 또한 한겨울 일미라는 것이다.
『어쩌다 가을에 남은 오이지가 넉넉지 않으면 요즈음 시장에 나오는 끝물오이 중 몸매가 단단한 것을 골라 소금에 절여 보름쯤 두었다 사용해도 뇝니다. 단단한 오이라야 한 겨울을 두고 먹어도 물크러지지 않아요. 또 장아찌용은 습기 없이 잘 말려야 꼬들꼬들 제 맛이 나요.』
김씨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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