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적대적 M&A 위협 정부-재계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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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국 펀드의 SK㈜ 주식 매집으로 대두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보호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가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이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기업의 규모만을 기준으로 한 사전적인 규제 때문에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 조학국 부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SK㈜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 것은 총수의 지배 지분이 매우 적고 불투명한 경영으로 SK㈜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SK㈜의 경영권만 장악하면 순환 출자로 얽힌 SK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특히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관련, 계열사 출자를 이용해 경영권 방어를 하는 것은 총수 중심의 소유 지배구조를 심화시켜 그룹 전체가 동반 부실화되므로 출자총액한도를 넘는 보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인식은 다르다. 전경련 관계자는"출자총액제한이나 금융사 의결권 제한 등에 묶여 적대적 M&A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방적으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보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재계는 또 경제적 파장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가 SK 주가를 떨어뜨린 결정적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한 기업 임원은 "출자총액제의 예외조항 덕분에 의결권이 되살아났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없으면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집착해 경영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제에 대한 의견도 크게 엇갈린다. 재계는 자회사 지분율(상장사 30%) 등 요건이 너무 엄격해 지주회사제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력 기업의 지분을 30% 이상 획득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이날 "기본적으로 현재의 모든 계열사를 그대로 다 가지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고 하는 데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일부 독립시킬 것은 독립시키고 단순.투명한 출자 구조로 전환해야 지배구조 개선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형태는 기업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이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SK글로벌의 회생을 위해 정상화추진본부를 발족했다. SK는 16일 "그룹 차원에서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역량을 결집하고 채권단과의 원활한 업무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본부장은 정만원 SK글로벌 에너지판매부문 대표가 맡았고, SK글로벌과 구조본 관계자가 참여해 태스크포스 형태로 운영된다.

표재용.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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