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내장재와 장인기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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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축 내장재, 이를테면 수도꼭지·문고리·자물쇠·세면기·양변기 등의 대부분이 조악 품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쇠로 만든 문고리조차 조금만 힘을 주면 부려져 못쓰게되기 일쑤인가 하면 「알루미늄·새시」창문도 잘 여닫히지 않거나 유리가 흔들리고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장실의 양변기가 막힌다든지 수도꼭지 「샤워」의 고무 「링」이 삭아, 또는 「파이프」의 연결 쇠가 잘못되어 물이 줄줄 새는 일도 부지기수로 많다.
아마 이로 인한 수빙운도 막대하겠지만 주택의 내장재·부착물이 조잡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겪는 불편과 짜증도 예사로운 문제는 아니다.
불량건축 제재로 인한 피해는 장마철이나 겨울철에 특히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수도 「파이프」가 터져 얼어붙는 바람에 식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든지 창문이 제대로 여닫히지 않아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겨울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처럼 각종 불량내장재가 나도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제품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지 않고 겉만 멀쩡하게 눈가림으로 만들어 이문이나 보자는 얄팍한 상혼에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대부분 영세한 제조업자들이 이러한 제품을 만드는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아파트」시공업자나 집장사들이 규격품 보다 값이 싸 다고 해서 뻔히 불량품인줄 알면서도 쓰고있는 것이 더욱 나쁘다.
비록 인명에 위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해도 불량식품이나 불량 장난감을 만들어 파는 행위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할 것이다.
더욱이 가정마다 수도꼭지나「파이프」를 고치고 막힌 변기를 뚫는 데 몇 천원, 몇 만원씩을 써야한다니 당사자는 고사하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질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불량내장재가 이렇게 관을 치는데는 기술자나 장인들을 소흘히 여기는 사회 풍조나, 그로 인해 자기의 제품에 대해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기능인들의 자세에도 문체는 있다.
선진국의 경우 모든 분야의 기능은 그 나름대로 응분의 대우를 해주는 풍토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예컨대 열쇠 하나를 만들더라도 하나의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도록 어려서부터 훈련을 쌓고 있는 것은 모름지기 배워 둘 만한 일일 것이다.
그 동안의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의 기술 수준도 급격히 발전했다 .국산품의 질도 그만큼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양변기나 세면기·수도꼭지 같은 주택 내장재라고 해서 기술이 모자라서 조악 품을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도 지니고 있는 기술을 다 발휘하도록 장인기질을 북돋워 주는 풍토부터 조성해주어야겠다.
그럼으로써 국산품의 질을 높여야만 마침내 주택 내장품하면 으레 외제라야 한다는 일반의 인식도 불식 시 킬 수 있을 것이다.
공업 진흥청을 비롯한 관계당국은 불량 내장재로 국민이 겪는 고통을 충분히 감안해서 각종 타제의 표준 규격을 높이고 조촌천과 같은 새로운 자재의 개발에 힘쓰지 앓으면 안 된다.
이와 함께 건축업자들이 규격품을 반드시 쓰도록 제도보완을 하고 무엇보다도 필요한 분야의 기술이 제고되도록 행정지도도 강화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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