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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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낙동강변을 달리던 「황산」열차가 전복했다. 주민들과 철로 보수원들이 화상을 입고 「가스」에 질식되는 등 적지 않은 사고였다. 평소 화공약품에는 생소한 사람들이 엉겁결에 그런 화를 당한 것 같다.
황산은 무색의 끈끈한 기름과 같은 액체. 섭씨10·49도에서 결정하며, 고체는 6방정의 모양을 갖는다. 비중은 물보다 1·84배 무겁다.
물과의 친화력이 강하며 특히 진한 황산과 물이 혼합하면 열을 낸다. 묽은 황산은 주금속을 제외한 비금속은 무엇이든 녹이며 이때 수소가 발생한다. 금과 백금 이외엔 거의 모든 금속이 황산 세례를 받으면 산화한다. 이처럼 황산은 공업용 화공약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강산이다.
이미 8세기 무렵에 연금술수들이 황산을 만들어 냈다는 기록이 있다. 18세기에 접어들어 야금업과 포표백업이 번성하면서 황산의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그와 같은 황산공업의 기원은 영국이었다L
요즘은 미국·소련·일본·서독·영국·「이탈리아」 등이 그 중요 생산국들이다.
정작 황산은 금속공업보다는 비료용에 더 많이 쓰인다. 일본이나 소련은 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비료 공장으로 간다. 그 다음이 섬유 분야.
우리나라도 갖가지 분야의 공업이 발달하면서 화공약품의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황산」 열차뿐 아니라 그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각종 화공약품을 실은 열차와 「트럭」들이 수시로 우리 주변을 오고 간다.
몇 년 전엔 천지를 뒤흔든「화약」열차의 폭발 사고도 있었다. 유조차의 화재도 있었다. 이런 경우도 역시 공업화에 따른 신종 사고들이다.
이들의 경우는 미처 경험조차 못한 사고들인 만큼, 그 피해나 놀라움도 크다. 때로는 장비조차 갖추고 있지 않아 사고를 방관하는 일조차 없지 않았다.
이번 황산 열차 전복 사고도 그 문제의 황산을 어떻게 중화시켜야 하는지를 아는데 상당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또 사고를 수습하거나, 당한 사람들도 그대로 황산 오염 지대에 뛰어들어 화상을 입었다. 예측도 경험도 하지 못한 무지에서 그런 변을 당한 것이다.
문제는 황산 열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어디에나 이런 사고들은 잠재해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런 안전 대책에는 여전히 뒤떨어져 있는 것 같다. 시대는 2O세기를 달리고 있는데, 우리의 안전 대책은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문명과 「모럴」의 「언밸런스」(불균형)라고나 할까. 이번 황산 열차 사고는 하나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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