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자화 진통 슬기롭게 매듭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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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폭력사태까지 빚어졌던 대학이 정상화되고있다.「총장실 난입」과「교수사퇴론」등 파국으로 치닫던조선대분규가 29일부터 교수·학생간에 대화의 길이 트여 늦어도 수요일까지 개강될 것같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진지하게 대화로 학원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으며 동창회도 교수·학생의 대화를 돕고 있다.

<조선대의 경우 수술>
총장실 난입사건이 벌어진 28일 교수들은 모임을 갖고 인내와 끈기를 갖고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이 위기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도 29일상오 중도파 학생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갖고 지성을 되찾아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29일 단과대학별로 열린 교수회의에서 『이런 분위기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면서 모든 교수가 사퇴해야한다는「교수자폭론」이 나와 모처럼 이루어진 대화의 분위기는 한때 깨질 위기까지갔었다.
그러나 박철웅총장은 『교수들은 자성과 자제의 자세로 학생들과의 대화로써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면서 교수들을 만류,한 고비를 넘겼다.박총장은 또 총장실난입학생들을 고발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학교문제는 학교안에서 해결하겠다.은사가 어떻게 학생을 고발할 수 있겠느냐』고 고발제의를 거절,분위기는 점차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교수·학생측이 서로 자제하고 반성하는 가운데 29일 상오11시 학교측과 학생대표들이 대화의 자리를가졌다.
학교측에서는 정진갑재단상무이사등 4명이 참석했고 김운기군(33·경제꽈3년·복적생)등 학생대표11명이 이 자리에 나왔다.
학교측은 모처럼 이루어진 민주발전의 기운이 조선대사건을 계기로 무너질 경우 온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학생들의 자제를 요구했다.
학생대표들도 일부 과격한 학생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사태가 악화된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학생대표들은 실추된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학교와 학생들이 서로 감정을 누르고 자제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대표들은 자신들의 과격한 행동이 국민들로부터 결코 박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식,대화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학교측은 31일 학생들과 다시 만나 2,3일안으로 개강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31일 5백여명의 학생들은 책가방을 들고나와 학교도서관에서 그동안 밀렸던 공부를 자습했다.

<폭력발단>
조선대교내시위사건은 13일 법정대정외과학생들이 정외과학회장에 박모군(27·정외과3년)을 직선으로 뽑았으나 학교측이 박군의 성적이 평균 B학점이상이 못된다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학교측이 학생들의 자율화운동에 쇄기를 박고있다』고 반박, 술렁이기 시작했다.
21일 학원자율투쟁위원회(위원장 김운기)를 구성한 학생들은 교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정외과학회장인정」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23일하오 열린교수·학생 간담회 도중 학생들이 교수앞에서 담배를 피운 사실이 도학선이 되어 사태는 극도로 악화됐다.
대화로 원만한 타결을 보지못한 교수들은 24일 학생시위에 대비, 노란「리번」을 달고 2백여명이 본관앞에 대기했다.
이에 자극받은 학생들은 25일 법정대학생 5백여명이 처음으로 시위에 나선 것을 비롯, 교내시위는 연일 계속됐다.
이날 최종윤 체육대학장이 본관 앞뜰에서 농성중이던 학생들에게 해산을 종용하면서 한 학생이 최학장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고 주장,입원함으로 일촉즉발의 사태에 이르렀다.
27일 시위학생들은 박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관2층으로 올라갔으나 학교측이 이를 거절하자 총장실 옆 처장실의 창문·냉장고·「테이블」등을 때려부숴 시위는 드디어 폭력으로까지 번졌다.
무기휴강조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28일 2천여명이 등교,이 가운데 1백여명이 다시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본관 2층으로 올라갔으나 면담이 실현되지않자 처장실과 총장실의 집기·창문등을 차례로 때려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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