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부채율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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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의 재무 구조가 건전치 못하다는 것은 국민 경제의 안정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재무 구조는 70년대에 접어들어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은이 조사한 제조업의 재무 구조 추이를 보면 부채 비율이 72년의 3백13·4%에서 78년에는 3백66·8%로 증가되었으며 이에 따라 자기 자본율은 24·2%에서 21·4%로 저하되고 있었다.
그런데 재무 구조의 악화 추세는 79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분석에 의하면 작년 12월말 결산 상장 기업 2백57개 사의 재무 구조는 부채 증가율이 39·8%인데 비해 자기 자본 증가율은 30·2%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부채 비율은 78년의 3백34·9%가 79년에는 3백69·2%로 올라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가격 경기에 힘입어 외형적인 매출액 증가가 41%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재무 구조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현상은 국내 기업이 안고 있는 경영상의 제약 요소들이 그만큼 허다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선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 수요에 대응하는 제도 금융의 공급 능력이 불충분하다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특히 60년대 이후의 경제 개발 계획 추진 과정에서 투자 수요는 급격히 팽창되어 왔으나 상대적으로 저위에 있는 국민 소득 수준은 저축율의 제고로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여력을 갖지 못해왔었다. 그 때문에 이자율은 저축이나 투자 수준과는 무관하게 정책적으로 결정되어옴으로 해서 공금융의 내자 동원력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었다.
또 자본 시장의 미비로 직접 금융의 길도 원활치 못했다.
이러한 여건 아래서 기업은 자금 조달 「파이프」를 외채 도입이나 사금융에도 대어왔지만 최근에는 외채도 여의치 못해 과도한 금융 비용을 감수하면서 사채 발행, 사채 차입 등으로 단기 운영 자금을 회전시키는데 급급하고 있는 형편이다.
제도 금융의 자금 공급이 원활치 못한데서 연유하는 금융 비용의 과대는 결국 경영 합리화나 재무 구조 개선에 역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사금융에 의존하거나 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도 있는 실정이다.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단절되지 않는 한, 기업의 재무 구조가 나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취약한 기업의 재무 구조는 유가 인상·국내외 경기 침체와 교호 작용을 하여 원가 상승을 불가피하게 유발할 것이며 그러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심화를 결과할 것이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재정·금융·가격 정책을 망라한 종합적인 것이 되어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는 정부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적정 성장 정책을 상당 기간 고수하는 것이다.
지난날의 경제 개발 정책이 능력 이상의 과성장으로 질주했고 그에 보조를 맞추려고 한정된 자원의 왜곡 배분을 초래함으로써 부문간의 불균형을 낳았던 것이다.
기업이 내외 시장 수요 예측 등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책상의 우우 조치에 편승하여 설비 투자 규모를 결정했었다는 것도 재무 구조 악화의 일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경제 정책의 정도인 적정 성장·적정 규모의 경제 운용에서 일탈하지 말아야 모든 부문에서 경제의 정상화가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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