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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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월중 도매물가가 미락하고, 소비자물가가 소폭장승에 그쳤다는 사실은 추곡출회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지난 6월 이 나라 경제를 엄습했던 재2차「오일·쇼크」의 영향이 점차 가시기 시작했다는것을 뜻하는 것으로도 볼수 있다.
금년의 물가동향은, 경제기조의 안정화를 지향하는 필수적「코스」인 공산품가의 현실화를 단행했을 때부터 두자리 숫자의 상승을 예견했던 것이며, 그것이 산유국의 유가인상으로 가속화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것은 광범위한 물가개편을 동반하고 난 다음 고물가체계 아래서의 안정을 실현하게끔 했던 것이다.
따라서 11월들어 도매물가가 미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일단 진통이 끝났다는 것으로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아직 안정기조가 정착했다고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일수도 있으나 그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긴축경책이 이제 그 결과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최근 물가동향의 특징적인「패턴」이 도매하락, 소비자상승의 정상적인 궤도복귀 등으로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의 움직임에서 경계해야할 것은 도매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앞지름으로써 소득의 불균형을 확대하는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바람직스럽지 않은 물가상승추이가 점차 제자리를 잡아간다는 현상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문제는 물가의 고삐가 풀리기 쉬운 연말을 어떻게 넘어가느냐에 달려있다.
11월중의 통화추이를 보면 추곡 수매자금살포·부가세의 환급등으로, 환수부문이었던 정부부문쪽에서 1천7백35억원의 적자를 냈고 해외·민간부문도 여전히 통화증가세에 있다.
그래서 통화증가율은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19.3%를 기록, 연말억제목표인 23.6%를 위협하고 있다.
추곡수매자금 4천억원중 아직 나가지 않은 2천억원이 남아있고 정부공사결제대금등을 고려할때 정부부문이 통화철초를 계속할 것이며 해외부문 역시 무역적자확대·은행차관도입 등으로 미루어 통화증발을 일으킬 것이 확실하다.
이로인해 통화억제 목표는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금성수기인 연말의 민간부문 자금사정을 더 한층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물가억제를 위한 긴축을 강행하기에는 무척 고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물가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두어져 있는 이상, 또다른 선택적수단을 강구해서는 안된다.
당초 경제안정으로의 정책전환을 추구했으면 그에따른 부작용은 처음부터 각오했던 것이아닌가.
그렇다면 한때의 어려움을 참아내면서 안정시책을 밀고 나가는 길밖에는 달리 없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통화공급목표의 준수를 위한 재정부문의 초긴축집행을 지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안정정책은 유예될 위험성이 있다.
12월중 OPEC (석유수출국기구)가 또다시 유가를 올릴 예정으로 있는데다 세계경제가 유동적인 상태에 있으므로 우리경제에도 외부에서의 충격이 반드시 닥쳐올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긴축에 따른 성장둔화의 그림자가 있는터에 유가인상까지 겹치면 불황이나「인플레이션」의 심도는 우리앞에 견디기 힘든 장애물로 등장할 것이 틀림없다.
이같은 내외의 도전에 대항하려면 일관성 있는 정책, 그것도 안정화에 전력투구하는 방안만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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