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화된 지방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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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세는 국세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도농을 가릴것없이 주민생활에 밀접히 닿아 있다. 때문에 지방세는 지역사회의 특성이나 주민의 형편을 누구보다 소상히 파악하고난 연후에 운영을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지금까지의 지방세운영은 그런 잇점을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생활의 여건이나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시의를 잃지 않고 대응하면서 지방행정목표를 추구하려면 우선 지방행정이 탄력성을 가져야한다. 그런 탄력성은 국세보다 지방세쪽에서 훨씬 쉽게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그 반대다.
국세는 그 구조에서 지방세보다 훨씬 경직적인데도 거의 해마다 골격을 다듬고 비현실·비합리적인 체계를 조금씩이나마 보완해 나은 셈이다. 반면 지방세는 조세체계의 근대화라는 본원적 개선보다는 그때 그때의 재정수요 해결에 더 집착함으로써 변전하는 주민생활의 조건을 기능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세행정의 이런 경직성은 자칫 주민들과의 조세마찰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더우기 우리처럼 지방자치기구가 결여된 제도아래서는 지방세운영에서 보다 신중하고 절제있는 집행·운영자세가 필수적 전제로 된다.
이번 내무부가 정기국회에 상정하기 위해 마련한 지방세법개정안도 지금까지의 일반적 우려와 미흡함을 완전히 불식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것 같다.
우선 「비현실적」이라고 단정한 주민세부담의 조정에서 무성의가 드러나 보인다.
주민세는 그 성격 자체가 무차별·역진적일뿐아니라 조세형태에서도 전근대적이다. 이런 조세는 되도록 응능원리에 합당하고 경제적 합리성도 내세울 수 있는 보다 합목적적인 조세로 전환하거나 폐합하는 방향이 옳을 것이다. 당장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이런 조세의 기능확산만큼은 되도륵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하나 균등할의 인상폭도 문제가 있다. 최소 33%에서 최고 5백%까지 인상하려는 이번 개정안은 조세의 「인플레」효과를 전혀 도외시하고있다. 세율인상은 그 자체로는 반「인플레」적이지만 우리처럼 「인플레」기대감이 높은 경제에서는 고율의 세율인상이 곧 심리적 파급으로 「인플레」를 촉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비록 실질부담증가가 크지 않다해도 과도한 세율인상은 국민경제에 유해하다.
더구나 모든 경제주체가 긴축하고 절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방재정만 한껏 「현실화」하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적절한 수준으로 다시 조정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농지세공제액조정은 연내의 숙제이자 지방세경직성의 한 전형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기초공제를 갑류53만원에서 74만원으로 올렸으나 이 정도는 너무 미흡하다. 적어도 도시근로자소득과 걸맞게 최소한 연1백20만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최근 수년간 농업소득의 침체와 영농비의 상승추세를 고려한다면 이정도의 기초공제는 최소한의 요구가 될수 있다.
개인사업장을 새로이 주민세과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일면 이해가 가지만, 그 규모를 엄격히 제한, 적어도 법인에 준하는 큰 사업장만 선별과세하도록 권고한다.
지방세에 관련된 가장 시급한 개선점은 역시 국세에 준하는 적절한 심의절차, 제도의 확립이다. 충실한 심의자문기구와 심판기구를 제대로 설치, 운영하는 성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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