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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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팁의 유래는 분명치 않다. 일설에는 첩자에게 주는 수고비였다고도한다.
「팁」이 내보·「힌트」·조언등의 뜻으로 함께 쓰이는 것은 그런 연유를 암시하는 것도 같다.
미국의 「웹스터」사전에 따르면 『봉사에 보답하는 소액의 돈』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스몰·기프트·오브·머니」(소액의 돈)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다.
구미를 여행하다 보면 언제나 신경이 쓰이는 것이 바로 그 「팁」이다. 「택시」운전사, 「호텔」의 「보이」나 여자종업원, 「포터」, 이발사, 음식점 종업원등 「서비스」업과 관련된 사람에겐 으례「팁」을 주어야한다.
때때로 저쪽에서 섭섭한 듯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으면 그제서야 깜빡 잊었던 「팁」이 생각나기도한다. 그 정도로 「팁」에 대한 기대는 예사롭기까지하다.
그러나 생각하기가 번거로울뿐 「팁」그자체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통례는 5%내지 10%라고 하지만 액수를 따지고 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눈을 부릅뜨는 경우도 물론 보기 드물다. 문제는 이쪽의 성의인 것이다.
다만 얼마라도 「팁」이라는 것을 주기만하면 저쪽은 반색을 한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이쪽의 호의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긴 「아라비아」의 왕자쯤 되면 요즘도 석유냄새가 물씬 풍기는 「팁」을 1천「달러」씩이나 내놓아 세계적인 화제(?)에 오르는 일이 없지않다. 이런 횡재를하는 사람은 글쎄, 고맙기보다는 오히려 쑥스러울것 같다. 선심도 너무 헤프면 별로 고맙지 않은 법이다.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인지 그 「팁」이 「아라비아」왕자의 수준으로 성장했다. 도심의 「살롱」에선 애틋한 봉사도 없이 2만원 이상의 「팁」을 요구한다. 어떤 때는 음식값의 몇곱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만한 「팁」은 세계의 어딜가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팁·인플레」라고나할까. 이런 풍속은 필경 교제술(주)의 풍속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른바「바이어」(거래선)와의 상담은 으례 술집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세풍이다. 선교제 후거래의 상술.
따라서 허장성세·과시·호방을 일삼게 된다. 우리나라 뒷골목의 주루풍속이 어지러워진것도 그때문이리라.
품위있는 사회라면 「교환」이상의교제는 오히려 비례로 통한다. 「팁」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나 독일에선 「팁」이라는 말이 따로 없고 「푸르브와르」 또는 「트링크·겔트」라고한다. 「술값」이라는 뜻이다. 「수고를 했으니 목이나 축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당국은 「살롱」가의 「팁」을 규제할 것이라고한다. 옳은 말이지만, 「모럴」의 부재속에 그것이 뜻대로 될지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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