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의 못 말리는 축구 사랑 'FC서울'엔 모기업 이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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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Future of FC서울, FC서울 선수와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FC서울 주장 김진규 선수(왼쪽 두 번째)가 유소년 친구들과 축구 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Future of FC서울]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내 파워풀야드 보라매공원구장. 7살 남짓 돼 보이는 어린이들이 축구공을 차면서 자기 키만한 콘(cone·아이스크림콘 모양의 빨간 기둥)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간다. 제법 긴 구간을 드리블해 공을 몰기도 하고, 실수로 공을 뻥 차기도 한다. 콘을 건드리며 넘어지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FC서울 유소년 축구교실 ‘Future of FC Seoul(퓨처 오브 FC서울)’의 수업 모습이다.

 ‘퓨처 오브 FC서울’의 교육 철학은 ‘축구에 대한 재미와 희망’이다. ▶즐겁고 체계적인 축구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팀 동료에 대한 배려심을 기르며 ▶목표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는 허창수 FC서울 구단주의 축구 철학 영향을 받았다.

  허창수 구단주의 축구 사랑이 남다른 것은 축구팬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FC서울에는 허 구단주의 뜻이 새겨져 있다. 바로 구단 이름이다.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들은 지역명과 기업명이 결합된 형태의 이름을 갖는다. 하지만 서울은 구단 이름에 그룹 명칭을 배제했다. ‘서울 시민의 축구단’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 허 구단주의 결단이었다. 박주영·이청용·기성용 등 간판스타의 해외진출은 선수와 한국축구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허용했다.

 허 구단주는 ‘FC서울’의 전신 ‘안양LG’ 시절 구단주를 맡았다. 평소 일정을 쪼개 ‘FC서울’의 경기를 관전한다. 해외 전지 훈련장도 직접 찾아 선수단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허 구단주는 승부보다 재미를 강조한다. 그는 “이기는 축구에 앞서 재미있는 축구,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가 되어야 한다”면서 “얼마나 많은 관중이 경기를 관람했고, 그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경기를 보여주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수단에도 이러한 철학의 실천을 통해 팬들에게 서비스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당부하고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구단주로서 승패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팬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구단은 프로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는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GS·LG·LS 등 그룹 임원은 매년 정기적으로 임원동호회 ‘총 응원의 날’ 행사를 직접 열고 FC서울 선수들을 응원한다. GS그룹 관계자는 “GS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힘쓸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 기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축구 팬과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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