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특혜 사건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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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던「아파트」특혜분양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일단 매듭지어졌다.
이번「아파트」사건은 공직자를 포함한 이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마비의 심각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떻게 1개 계열 기업이 수많은 관청을 비롯해 이 나라의 중심부를 그렇게도 골고루 선심공세로 오염시킬 수 있었을까.
어떻게 지도층 인사들이 하나같이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큰「프리미엄」이 붙는「아파트」특혜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도덕과 상식의 기준에서 보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 아무런 저항 없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막상「아파트」특혜가 적발·폭로·수사되는 과정에서까지도 잘못을 깨닫기보다는 변명을 늘어놓거나 재수 없게 됐다는 체념에 흐르는 경향마저 보였다.
그 점은 특혜를 주고받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 주변과 심지어는 그 처리에 임하는 측까지도 별 차이가 없는 것도 같다. 이렇게 가치기준이 마비된 사회풍조가 바로 이번 사건이 제기한 문제의 초점이다.
그런데도 사건의 수사결과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단시일 안에 시비를 가려야 할 필요가 있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제기된 사건 자체의 수사가 완벽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있다.
우선 약 6백50채의 특혜분양 중 2백60채 내외에 대해서만 조사가 한정되었던 것이다.
이는 수사의 형편에도 어긋나므로 앞으로 현대「아파트」의 나머지 특수분양분과 그 외 다른「아파트」의 특수분양의 경우와 더불어서 문제를 후일에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행한 수사에 있어서도 그 평가를 뇌물성, 투기성, 실수요자의 3범주로 분류한 것 자체가 너무 인위적인 것 같다.
정작 부패와 권력남용, 그리고 그 전제로서의 투기열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유착될 수 있는 사회적 풍조가 문제인데 전기한 3분류는 오히려 문제를 호 도할 위험이 있다.
사실 뇌물성이냐, 투기성이냐, 실수요자냐 하는 건 정도의 차이일 뿐 질적인 차이일수는 없다.
또 제집 마련이라고 해서 크나큰「프리미엄」이 붙는 특혜분양이 용 허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에 비하면 이러한 차이는 결코 대수로운 것이 못된다.
물론 우리가 문제 삼고자 하는 건 관련된 개개인이 아니라 도덕성의 마비란 전체로서의 사회적 풍조다.
다만 이러한 사회적 풍조를 개선하려면 제기된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마비됐던 죄의식을 깨우치고 잘못은 결국 드러난다는 사고방식을 심어야겠다는 것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검찰수사로 처벌이나 처분을 받게 된 자거나 그렇지 않은 자거나를 막론하고 이번 사건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든 당사자는 물론, 모두가 깊이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불행한 사건을 이사회에 새로운 도덕기준 확립의 전기로 승화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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