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 '무적장군' 손자 한민구 "내가 연성일 것 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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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할아버지인 한봉수 선생에게 위로금과 함께 주택 한 채를 선물했다. 본지 72년 8월 1일자 7면에 실린 사진. [중앙포토]

한민구(63)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항일 의병장 한봉수(1884~1972) 선생의 손자다. 한 선생은 구한말 군대 해산에 반기를 들고 의병 봉기해 ‘무적장군’ ‘번개장군’으로 불렸다. 1907~10년까지 충북·강원·경북 일대에서 크고 작은 항일투쟁을 전개해 33승1패의 전과를 거뒀다는 기록이 있다. 1919년엔 충북지역의 3·1운동도 주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72년 7월 31일 당시 구한말 의병대장 중 유일한 생존자(당시 89세)인 한 선생이 전세살이를 한다는 보고를 받고 주택 한 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충북 청원 출생인 한 후보자는 할아버지인 한봉수 선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71년 육사 31기로 임관했다. 이후 국방부·육군본부 교육사 등 정책부서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06년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 재직 땐 남북 장성급 회담의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육군참모총장과 수도방위사령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해 정책과 전략기획에 정통하다”며 “야전과 정책 분야에 대한 식견을 고루 갖추고 있고 군내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안보를 확고히 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 나가는 데 적임자로 생각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책임의 무거움을 통감한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남북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질문엔 “북한은 적(敵)이라는 입장도 있고, 민족의 입장에서 볼 수도 있고, 국가 대 국가의 입장도 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은 적의 입장에서 기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연성(軟性)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전임자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지휘방침인 북한 도발 시 원점타격 지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후보자는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삼호주얼리호를 청해부대가 구출할 당시 합참의장으로 작전을 지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반면 연평도 포격(11월) 당시 합참의장으로서 반격에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로 야당의 사퇴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국방안보추진단에서 국방·안보 정책을 자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도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정용수·정원엽 기자

▶충북 청원 ▶청주고·육사(31기)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부인 곽정임씨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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