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전문 요원 이직 심하다|문화재관리국·박물관 일손 부족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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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물관과 문화재관리국의 고참 학예직을 비롯한 전문 「엘리트」공무원들의 이직 현상이 심해 정부의 문화재 사업에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원래 연구·보존·발굴·보수 등을 주사업으로 하는 이들 두기관에서 학예직과 전문 관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위치.

<어려운 요원 양성>
더구나 금년 백제문화권 개발과 경주의 계속 사업, 문화 홍보 위주의 대외 홍보 정책 전환 등 국내외적으로 문화 사업이 급격히 팽창하는 것과는 역비례 해 당국의 전문 요원들은 점점 수가 줄어 사업 수행에 문젯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전문 요원은 단시일에 양성되는 것도 아니어서 외부 인사를 받아들일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민족문화를 재발견하고 고유의 전통 문화를 확립하겠다는 거창한 문화 정책의 추진은 커다란 난관에 부닥칠 것이 예상된다.
문화재관리국은 경주의 엄청난 발굴 사업을 벌여 놓고는 책임 있는 현장 책임자를 상주시키지 못하는 형편. 또 전국 각지의 문화재 보수 현장을 감독할 상근 전문위원도 확보치 못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의 경우는 일손이 모자라 그 본연의 연구 활동이 거의 마비 상태이며, 부득이한 해외 파견 훈련 때문에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
더구나 있는 사람들마저 날로 늘어나는 이직 현상은 이들 분야의 가장 큰 허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맹인재 한국 민속박물 관장의 사표 제출은 그 대표적 이직의 예. 문학재관리국의 건축 담당 상근 전문위원인 신영훈씨도 금년 부산시립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립박물관에선 이미 작년에 김종철 부여박물 관장과 권영필·유준영씨가 전직했고, 2갑의 학예연구실장 자리는 윤무병씨가 충남대로 간뒤 4년째 공석 중이다.
대체로 10년 이상 이 분야에서 종사해 온 이들 요원은 자신의 연구 활동과 봉급 때문에 거의 대학으로 가게 마련. 따라서 그 후임을 대학쪽에서 끌어들이려 해도 그 임용 제도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립박물관의 경우 서울과 경주 부여 공주의 총 학예직 정원은 26명인데 현재는 17명뿐. 그것은 한국과 수장 유물량이 비등한 일본 동경 박물관 학예 직원의 7분1에 불과하다.
그중 4갑 이하의 학예직은 거의 충원됐으나 3급 이상은14명중 절반도 못 채우고 있다. 서울의 중앙박물관에서조차 3급 이상은 총7명인데 현재 3명뿐이며 2갑 1명, 3갑 2명, 3을 1명이 부족한 상태. 경주에 있어서는 3명의 학예직(3갑 l명, 3을 2명) 중 사무관1명만이 충원돼 있다.

<수당도 없어>
박물관의 이 같은 인력난은 앞으로 광주박물관과 사설박물관의 신설에 따라 요원「스카웃」바람이 일게 돼 더욱 심각해질 것이 명백하다.
문화재 전문 「엘리트」관리들의 이직은 대체로 월급이 적고 승진 기회가 없다는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이들 학예직은 도서관 근무의 사서직과 같은 별도 수당도 없다.
문공부는 이런 당면 문젯점을 해결하기 위해 획기적인 학예직 유인체제를 구상 중이다.

<별정직으로>
우선 그 방안의 하나로 경주·광주박물관장 자리를 별정직 2갑으로 격상시켜 줄 것을 총무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부교수는 3갑, 조교수는 3을로 특채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사실상 사문화된 현행 인사 규정을 대폭 개정할 것도 검토 중이라는 것.
그리고 현재 일반직과 별정직으로 혼합돼 있는 학예직을 모두 별정직으로 하고 학력·경력 등에 비례해서 대학교수, 중·고교사 등에 준 하는 대우를 해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어쨌든 팽창하는 문화재 사업을 추진키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근본적인 인력 확보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것 같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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