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자협 "길 사장 사퇴 때까지 제작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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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월호 참사 보도를 둘러싼 KBS 내부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KBS 기자협회가 제작 거부 방침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파행 방송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20일 KBS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의 퇴진과 뉴스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제작 거부 시한을 무기한 연장한다”며 “단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 취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19일부터 이틀간 한시적 제작 거부를 이어 오던 중이었다.

 KBS PD협회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제작 거부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에 오늘부터 진행되는 KBS 양대 노조의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뉴스뿐만 아니라 교양·예능 프로그램의 결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 노조·기자와 PD 직군 중심으로 구성·민주노총 계열)는 21~23일, 기술직군 중심으로 구성된 KBS노동조합은 21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22~27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이틀째 뉴스가 제대로 전파를 타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 올라왔다. 이날 KBS 메인 뉴스인 ‘뉴스 9’은 세월호 참사 소식과 6·4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 특파원 기사 등을 제외하고 단신 처리하며 평균 60분인 뉴스를 20분으로 단축 방송했다. 다른 시간대 뉴스도 축소되거나 결방됐다.

 한편 길 사장은 기자들의 제작 거부에 대한 입장을 21일 오전 10시30분 사내 방송으로 밝힐 예정이다. 길 사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지만 지금은 사퇴를 얘기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한 차례 밝힌 바 있다. 또 청와대와 자신에 대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제기한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사망자 수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지난 9일 사퇴하면서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한 길 사장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6일 “길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고 재차 폭로하며 사태가 확산됐다.

 KBS는 이세강 해설위원을 보도본부장으로, 박상현 해설위원실장을 보도국장으로 19일 인사 발령했다. 김 전 국장 후임으로 지난 12일 백운기 전 보도국장이 임명됐으나 일주일 만에 교체됐다.

 한편 오늘 열리는 KBS 임시이사회 안건으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제출했던 야당 추천 KBS 이사 4명은 20일 “여당 추천 이사 7명의 동참을 호소한다”는 글을 발표했다. 해임제청안이 의결되려면 11인 이사 중 과반인 6인의 지지가 필요하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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