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도 주 1일은 쉬어야"|민영 탄광 주들에 광산노조서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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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하 수천m의 갱 속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들의 휴일문제를 놓고 요즘 국내 석탄주산지인 강원도 삼척·정선·영월 등지 44개 국·민영 탄광들과 광산노조 간에 이색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산노조 측은 다른 사업장보다 위험하고 힘든 탄광 일의 특수성을 들어 광부들이 인간다운 근로조건을 갖고 체력유지를 위해서는 주 1회 가족과 함께 휴일을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탄광 측은 석탄생산목표달성을 내세워 월1∼2회 정도로 고집하고 있는 것. 광산노조는 탄광들이 이같은 억지로 광부휴일을 빼앗는 것은 주1회 이상 휴일을 실시케 돼 있는 근로기준법에 위배, 근로자권익을 저버린 처사라고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광산노조에 따르면 전국석탄생산의 74%를 차지하는 강원도 내 4만여 광부들은 탄광들이 휴일을 월1∼2일밖에 주지 않아 휴식부족으로 작업을 더 이상 감당치 못하고 피로에 지쳐 있다는 것.
갱내에 가득한 탄가루와 발파연기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며 여름이면 작업복이 땀에 젖어 마치 소나기를 맞은 것 같아 1시간에 1번 꼴로 작업복을 짜서 갈아입고 일하고 있는 실정.
광부들은 이 때문에 건강이 날로 악화, 직업병 등 각종 질병환자가 전체의 13%나 되며 잇따른 광산사고로 도내 탄광에서만 올 들어 1백17명이 숨졌다. 또 중노동에 겹친 피로를 이기지 못해 갈수록 결근 율이 높아지고 생산능률마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
이직 율 또한 매년 늘어나 석공산하 6개 광업 소의 경우 76년 6백25명이던 것이 올해는 1천명에 이르러 12월까지는 이직자가 작년의 2배나 돼 이러다간 한해에 소속광부의 10%에 해당하는 1천2백 명이 광산을 떠날 판이라는 것.
강원탄광노조 안기현 지부장(33)은 특히 광부들이 피로에 지쳐 부부·가족간의 정이 메말라 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삼척=탁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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