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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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상에서 가장 훌륭한 상』인「노벨」평화상이 올해에는「앰네스티」수상 회에 돌아간 것은 자못 뜻밖이란 느낌 든다.
「노벨」평화상에는 말썽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76년 동안에『해당자 없음』이 20회나 있었다. 그처럼 신중을 기했어도 이론이 없던 것은「슈바이처」박사 때뿐이었다고 한다.
말썽은 선고 과정 때부터 있다.「노벨」평화상의 추천을 할 수 있는 사람 은「노르웨이」의 「노벨」상 위원들, 전 위원들,「노벨」재단 고문, 각국의 장관, 국회의원들,「헤이그」 국제 재판소 재판관, 국제 법학회원과 준회원 등 수없이 많다.
아무나 추천할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우리나라에도 유자격자는 수백 명이나 된다.
이렇게 하여 외교「루트」를 통해 들어온 추천자 수는 매년 6백 명이 넘는다.
마지막 선정 권을 가지고 있는「노벨」평화상 위원회는「노르웨이」의회가 선출한 정치가 4명과 교수 1명의 5명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심사기준으로 수상자를 뽑아 내는지는 완전 비밀로 되어 있다. 「키신저」미 국무장관이 받았을 때는 여기에 반대한 위원 2명이 사임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틀림없이 받을 것이라고「워싱턴·포스트」지가 점쳤던「아일랜드」의 두 여류 투사가 상을 놓쳤던 것은「욘·산네스」위원과「아세·리오나에스」위원의 의견이 대립된 때문이었다.
그러나 왜 의견이 대립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동 위원회의 사무처장「팀·그레베」의『평화상이란 정치적인 상이다』라고 한말로 뭔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브란트」서독 수상이 수상했던 것도 다분히 정치적이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노벨」평화상의 권위를 의심하게 만든 것은 뭣 보다도 사전공작에 있다.
지난 34년에 영국의「노먼·에인절」이란 무명 인은 교묘한「로비」활동으로 평화상을 따냈다.
일본의 주 등 수상이 수상한 것도 노골적인 공작 덕이었다. 이 때도 전직「유엔」대사와 돈 많은 사업가가 앞장 나서서 「키신저」에게까지 의뢰의 손을 뻗쳤었다. 물론 너무 노골적이면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에체배리아」「멕시코」대통령은 그래서 작년에 실패했다.
사전운동을 활발하게 벌였을 턱도 없는「앰네스티」위원회에 어떻게 평화상이 돌아갔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말썽과 불신과 의혹만을 빚어 오던「노벨」상이 오래간만에 권위를 되찾은 것만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매우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온 세계에 걸쳐 얼마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가를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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