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예시 경쟁률의 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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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8학년도 대학입학 예비고사 지원자는 모두 31만9천8백33명으로 밝혀져 평균 경쟁률은 2.1대 1이 될 전망이다.
이 경쟁률은 77학년도 경쟁률 2.3대 1보다는 다소 낮아진 것이긴 하다.
이는 재수생 대책으로 대학 신입생 정원을 금년보다 1만 명 늘릴 계획인데다, 3수 감점 제 등으로 실력이 모자라는 학생들이 체력장에 응시하고도 4만 여명이나 아예 예시응시를 포기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예시 지원자의 절대 수는 77학년도 보다 2만9천6백 명이 늘어나 지원자의 연간 증가율은 여전히 10%선을 상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쟁률의 저하 현상에도 불구하고, 대입 본고사에서 떨어질 낙방 생의 숫자는 야 만4천7백여 명으로 77학년도의 21만7천7백29명 보다 오히려 2만7천여 명이 늘어난다.
이는 연간 1만 명 선으로 잡은 대학정원의 증가 및 3수 감점 제 등 재수생 대책이 대입 예비고사 및 본고사의 경쟁률을 떨어뜨리는 데는 약간의 몫을 했다고 할 수 있으나, 재수생 누증현상의 완화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내의 고질인 낙방·재수생 문제는 현재의 처방으로는 여전히 치유가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낙방·재수생 문제는 근원적으로 대학의 심각한 흡인 능력 부족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78학년도에만 해도 대학진학 희망자는 77학년도에 비해 2만9천6백 명이 증가했는데 비해 대학신입생 정원은 고작 1만 명을 증원할 계획뿐이다.
이는 곧 늘어나는 지원자의 34%만 대학으로 흡수되고, 나머지 66%는 또다시 유휴 인력으로 사회에 버려질 운명에 놓여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처럼 해마다 유휴인력의 누적현상이 심화돼 가고 있는 사태는 비단 당사자 개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아니하고, 사회적 문제성을 중대시키고 고급 인력의 공급을 필요로 하는 국가적 요구를 외면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 의연한 폐쇄적 대학정원을 고수하는 사고야말로 사회 변화의 발전적 추세를 외면한 처사로 근본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특히 3수 감점 제는 재수생 및 낙방 생 완화에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권 박탈」이란 불안감과 초조감을 심어 모 다른 사회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짙다는 사실을 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3수 감점 제는 이로 인해 진학도 못하고 취업도 않는 병적 실업상태를 증가시킬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 진학의 좁은 문을 보다 과감하게 넓혀야 하고, 이와 함께 중-고교를 졸업하고도 얼마든지 취업도 할 수 있고, 출세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각종 제약요건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취업기회 확대와 함께 의식구조 개선이 선결 요건이다.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관념은 예부 터 내려오는 사·농·공·상의 봉건적 신분사회의 잔재를 떨쳐 버리지 못한 채 상금도 기술 및 기능인을 천시하는 풍조에 젖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풍토와 산업사회의 가치관 정립을 위해서 기능인의 사회 우대방안을 비롯한 일련의 정책적·제도적 조치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재수생 문제해결은 이처럼 교육 정책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이 동시에 뒷받침 돼야만 조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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