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소 화재참사 천안초등생 영결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사랑하는 친구들아! 아픔도 고통도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렴!"

1일 오전 9시 합숙소 화재 참사로 돌아오지 못할 먼 길로 떠난 8명의 어린 축구부원 합동영결식이 열린 충남 천안초등학교 운동장.

학생대표 김예지(12)양의 애도의 글이 울려 퍼지자 유족뿐 아니라 2천여명의 참석자 모두가 참아 두었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날 하늘도 이 엄청난 슬픔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도 파랗던 하늘이 먹구름을 몰고와서는 비바람 속에 너무도 사랑했던 친구들이고 형이며 동생이었던 태균.민수.민식.원주.장원.바울.건우.상혁이를 데려갔습니다"

"슬퍼하기엔 너무 어이없이 가버려 우리 정신마저 빼앗아 버렸던 그날이 우리는 잊을 수 없어 차라리 밉습니다. "김양의 애도사가 이어지자 영결식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어머니들은 영결식 내내 영정을 어루만지며 오열했고, 특히 고(故) 주상혁군의 어머니 노선자씨는 수차례 아들의 사진에 입을 맞춰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공주 금성여고 주악대의 조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진행된 영결식에서 오완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명예 유소년 국가대표' 인증서를 유가족에게 전달, 못다 이룬 태극전사의 꿈을 달랬다.

강복환 충남도 교육감은 조사에서 "부끄러운 어른들에게 다시는 어리석은 짓을 범하지 않게 큰 깨달음을 달라"고 말했다.

이어 유족대표인 김바울군의 아버지 김창호씨는 인사말을 통해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너희들의 모습을 이제 볼 수는 없지만 너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 자리에 있는 어른들은 다시는 너희와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석자들의 헌화 및 분향을 끝으로 정들었던 교정에서 영결식을 마친 희생자 유해는 수원에서 화장을 한 뒤 천안공원묘원에 합동 안장됐다.

천안=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