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식 쓰레기 수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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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 서울에서 쓰레기 수거가 만성염증에 걸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음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다. 서울의 인구와 쓰레기 배출량은 10년 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청소원과 수거 차량 증가는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음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는 쓰레기의 문전 수거와 타종 수거를 병행해오던 현행 제도를 예산 절감과 청소원들의 부조리 제거를 이유로 내년부터 점차 타종식만으로 통일할 방침 이어서 쓰레기 염증의 악화에 따른 시민의 고통은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는 67년 3백61만9천명에서 76년 6백88만9천명으로 10년 사이에 90·32%, 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1백60만8천t에서 3백16만t으로 96·51% 늘었으나 청소원 수는 4천24명에서 5천1백7명으로 26·91%, 청소 차량 수는 2백43대에서 4백37대로 79·83%라는 경미한 증가를 보였을 뿐이다.
서울시는 이 같이 청소 인원과 장비의 절대량이 부족한 현실인데도 증원, 증차에는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쓰레기 수거 방식을 장기적으로 완전히 타종식으로 바꿀 계획 아래 연말엔 현재의 문전 수거의 5%인 3만 가구를 타종식으로 전환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도시의 생활 환경 정비는 도시 계획·교통 운전·사회 복지 등과 더불어 도시 행정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외형이 비대해질수록 생활 환경 정비가 도시 행정에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져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 인원·장비 등의 증가가 인구 및 쓰레기 배출량의 그것을 따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서울시정의 실점이며 종소리가 나면 쓰레기통을 들고 청소차에 달려가야 하는 타종식 수거 방식의 확대는 시정의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연두엔 올해를 「도시 정비 정돈의 해」로 정했다고 발표한 서울시로서는 도시 정비 정돈에 역행하는 이 같은 청소 행정의 후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쓰레기의 타종식 수거 방식만 해도 그렇다. 이 방식은 8년 전까지 전면적으로 실시되던 것으로 타종식이 그 동안 문전 수거로 개선되어와 현재는 55%인 73만8천3백 가구가 문전 수거를 하고 있으며 타종식은 45%인 60만1천2백 가구로까지 줄었다.
쓰레기의 타종식 수거가 얼마나 후진적이며 도시의 정서를 살벌하게 하고 있는지를 시민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고지대에서 15일만에 찾아온 청소차를 보고 허겁지겁 자기 집 쓰레기를 나르다 「트럭」에 치어 숨진 배모 (32) 여인의 죽음은 그 후진성 청소 제도로 초래된 충격적인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개선되어 가는 쓰레기 수거 방식을 다시 타종식의 옛날 방식으로 전면 환원시키려는데에는 서울시가 내세우는 이유가 있다. 청소원들이 쓰레기의 문전 수거를 하면서 각 가구로부터 받는 약간의 수고비가 서정 쇄신에 역행하는 부조리라는 것이며 시민의 자발적인 청소의식을 없애고 「시멘트」 쓰레기통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등 몇가지 이유다. 시민들은 수고비를 현실화해서라도 문전 수거를 바라고 있으며 청소원의 낮은 급료 (월 4만23천9백원) 인상에 필요 경비는 지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설명으로써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는 청소 행정을 다룸에 있어 이 같이 지엽적인 수거 방식만을 운위할 것이 아니라 장비의 근대화 및 증가, 인력의 증원, 청소원의 급료 현실화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한 행정 조처를 취해 시민 생활을 편리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울은 언제나 외형은 화려한 듯 하면서도 시민 생활의 불편은 조금도 덜어지지 않는 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청소 행정과 관련 또 하나의 근본 문제로는 수거된 쓰레기의 처분에 관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재생·소각·하수 처분·수중 및 육상 발화 등 5가지 방법으로 환경 오염 예방에 노력하는바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병행해야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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